덕후력 키우는 우리만의 홈스쿨링

10. 작지만 큰 아이 이야기

by book diary jenny



가끔 동화책을 읽다가 하성이가 그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작은 사람이나 조그만 동물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 있다.

“이 어린 아기가 형아야.”라거나, “이 새끼고양이는 형아야.”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거대한 사람이나 동물에게는 “이건 나야.”라고 한다.

이건 하성이의 어떤 마음의 표현일까?

자기가 형아보다 더 크고 위대하게 보여지고 싶다는 말일까?

어린 자기 눈에는 형아의 행동과 말들이 다 좋아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건지도 모른다.

현실과는 반대로 상상을 하며 커다랗고 힘이 쎈 등장인물을 자기라고 대입해 만족감을 느끼나보다.


한번은 하성이의 말에 내가 크게 오해를 한 적이 있었다.

“저 작은 사람이 형아야. 형아는 아주 작으니까. 키도 작고 덩치도 작고.”

“하성아, 그렇게 말하면 안 돼. 키는 작은 사람도 있고 반대로 큰 사람도 있어.”

“그리고 너희들은 한창 자라는 나이기 때문에 지금의 키로 큰지 작은지 알 수 없어. 사람마다 자라는 시기라는 게 따로 있거든.”

“눈에 보이는 대로 상대방에 대해 멋대로 말하면 안 돼. 누군가는 작은 키로 인해…….”

끝없는 나의 속 풀이에 하성이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성이는 그저 자기가 형아 보다, 아니, 적어도 형아 만큼은 대단해 보이고 싶어서였는데 말이다.

자기보다 모든 걸 다 잘하는 형아에 대한 부러움의 표현을 상대적으로 조그마한 것에 형아를 대입해서 만족을 느낀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것도 모르고 순간적으로 어린아이의 말에 평상시 하영이 키에 대한 나의 불안과 답답함을 대입시켜버린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말을 한 하성이에게 엄청난 흥분을 한 무안한 상황이 이렇게 가끔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마음 찌릿한 해프닝이다.

하영이의 작은 키에 대한 나의 불안감이 그렇게 표현되었다.


사실 그 부분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나의 불안한 마음을 수시로 보인 적이 많았을 것이다.

하영이는 친구들 중에서 생일이 제일 늦은 편이다.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학년으로는 5학년이지만, 아직 만으로는 10살이다.

1학년 당시 전교에서 가장 작은 키로 입학을 했던 하영이를 보는 내 마음은 엄마로서는 안타까움이 컸다.

그렇다고 엄청난 걱정을 하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그러진 않았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아이들과 차이가 많이 나는 하영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거기다 입이 짧아서 새로운 음식은 입에 잘 대지도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은 곧잘 맛나게 많이 먹기도 했지만, 먹는 것 자체가 크게 즐거운 아이는 아니었다.

오죽하면 내가 엄마들이 기피하는 아이들 최애식품 중 하나인 라면만이라도 배부르게 많이 먹길 바랐을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한 아이라는 것에 만족을 하며 감사를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학기마다 학년마다 담임선생님들에게 하영이의 교우관계에 대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영이만큼 학교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한 아이는 본 적 없어요.”

“조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카리스마가 나오는지, 친구들이 하영이를 다 좋아하네요.”

“엄마, 나 오늘 반 부회장으로 뽑혔어요. 반장을 하고싶은 아이는 미리 선거 공약을 준비해 와야 했는데, 저는 준비해 가지 못해서 반장선거에는 못 나갔어요. 대신 인기투표로 친구들이 나를 부회장으로 뽑아 줬어요.”

겉으로 보면 조그마한 체구에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인데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기만의 개성이 돋보였나 보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보기에 하영이는 반전의 매력이 강했던 듯하다.


부드럽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밀리터리 덕후로서 용감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고, 군복을 입고 훈련을 나가는 모습 등을 보면서 하영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 같다.

거기다 바둑대회에서 온갖 상을 휩쓸고 오는 모습이 멋져 보였던 듯하다.

요즘 생각해보면 하영이가 왜 그토록 군대훈련과 전쟁 전술 등에 더 흥미를 보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더 커 보이는 형아를 능가하고 싶은 본능의 하성이는 상대적으로 더 큰 캐릭터에게 조그마한 자기를 대입했다.

하영이도 남들보다 작은 자기의 체구를 더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어쩌면 군사훈련과 운동에 정성을 더 쏟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데요? 그냥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노는 건데요?”

하영이의 당황스럽다는 표정과 함께 이 말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엄마의 바보 같은 자격지심이 만드는 헛된 착각임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 아이들 얼굴이 다 다른 만큼 키고 덩치도 다 다른 법이지.’

‘대신 얼마나 튼튼하고 용감해?’

‘또 모르지, 나중에 엄청나게 키가 자라게 될지. 미리 재단하지 말자.’


오늘도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건 여전히 내가 고민 속에 쌓여 있다는 건인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심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하영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형의 뒤를 이어서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하성이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집 밥 맛나게 잘 먹고, 운동 꾸준히 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해나가는 두 아들에게 감동의 입맞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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