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력 키우는 우리만의 홈스쿨링

12. 자기 세계가 분명한 아이들

by book diary jenny


아마추어의 실력을 넘어선 공인 1단의 위력을 자랑하는 하영이.

바둑을 잘 두는 하영이 덕분에 하성이가 하나씩 차분하게 익히는 중이다.

하성이의 실력은 당연히 미흡하다.

그래도 가까이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어서인지 습득은 아주 빠른 편이다.

형아가 컴퓨터로 바둑을 두는 것도 보고, 아빠와 두는 것도 보고 자란 하성이에게 바둑판과 바둑돌은 자연스러운 장난감이었다.

어릴 적부터 하성이는 바둑판 앞에서 검은 돌과 흰 돌을 마음껏 이리저리 만지고 놀았다.

하영이가 바둑을 아주 좋아했고 또 탁월하게 잘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고 자랐다고나 할까.

다른 어떤 장난감보다 바둑 돌과 체스 말, 그리고 장기 알 등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영이는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한 후 바둑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엄마, 저 바둑 배우고 싶어요.”

갑자기 왜 바둑에 관심이 가는지 궁금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선택 학습인 방과 후 수업 중에 바둑이 있는 걸 보았나보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둑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 오전에 바둑 수업이 있다.


그 당시 삼국지에 완전히 빠져있던 하영이였다.

삼국지와 바둑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겠지만, 둘 다 전략 전술을 사용하는 이야기로 가득하기에 하영이는 관심이 커졌는 것 같다.

‘그렇게도 연관을 지을 수 있구나. 아이들의 관심사는 다양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방과 후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 동안 학원은 한 번도 다녀 본 적도 없었다.

그 어떠한 사교육에도 관심이 없는 우리들에게 하영이의 첫 사교육인 바둑 수업은 그야말로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드디어 우리 집도 사교육이라는 걸 해보는 건가?’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으니 당연히 동의를 해 주었다.

사교육을 지양하고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공부는 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부모의 욕심이 아닌 아이의 선택을 기준으로해서 말이다.

대부분 바둑에 대해서는 아주 좋게 받아들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행동이 차분해 진다, 머리가 좋아진다 등의 이유를 떠올린다.

이 모든 것들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건 없지 싶은데, 나 역시 그럴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어쩌면 바둑의 효능으로 밝혀진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는 생각도 든다.


2016년 알파고 AI와 이세돌 프로기사와의 대국이 있던 당시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후 바둑의 장점을 어필하며 나온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물론 전제조건은 아이 스스로 바둑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아이의 실력을 떠나서 바둑 두는 행위 자체가 행복하지 않다면 계획을 세우고, 계산을 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짜는 바둑이라는 분야는 커다란 피곤함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몸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영역이라 누군가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대국 시에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나와 상대의 수를 모두 간파해야 하기에 눈치도 아주 빨라야 한다.


하영이 같은 어린 친구들의 바둑 실력이 대부분 평범하기는 하지만, 그 수준이 엄청난 아이들도 간혹 있다.

하영이는 9살에 공인 1단 단증을 받았다.

나는 바둑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는데, 이 정도 실력이면 남들에게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바둑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다.

보통 1단 정도라고 하면 바둑에 대해 아는 분들은 “아이가 대단한걸요.”라며 감탄을 한다.

“아, 그런가요.”라고 대답하면서 하영이의 실력에 내가 더 뿌듯해 하곤 한다.


하영이는 주최하는 바둑 대회마다 종류별로 트로피와 상장을 다양하게 받았다.

집에는 트로피가 6개, 메달이 1개, 상장은 수두룩하게 정리되어 있다.

각종 대회에서의 수상으로 얻은 문화상품권으로 책도 많이 사보았다.

학교 정문 입구에 플래카드가 여러 번 걸리기도 했으며, 교장선생님에게 상장을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는 등 뿌듯했던 순간이 아주 많았다.

덩달아 나의 기분도 하늘을 날아 갈 듯 기뻤음은 말해 무엇할까.

그런 멋진 형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동생은 어깨너머로 아빠와 형이 두는 대국을 구경하며 컸다.


바둑 알을 이리저리 튕기며 놀고, 굴리며 놀고, 또 옮기며 놀았다.

그러다가 체스도 두게 되고, 장기 알로 장군멍군 소리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집에 뒹구는 게 저런 것들이다 보니 아이들의 뽀통령 뽀로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고나 할까.

“하성아. 이때는 여기에 둬야지. 그래야 호구가 만들어지지.”

“여기를 치면 상대방이 둘 곳이 없어지지. 그러면 이 모든 것이 내 땅이 되는 거야. 원리는 단순해. 진리는 단순하다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되, 상대방의 움직임을 아주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가야지.”

하영이의 진지한 설명에 하성이 역시 신중하게 경청하며 배운다.

그러다가 나오는 말, “아, 못하겠어. 어려워. 형아는 쉽지만 난 어렵다고!”


동생을 열심히 가르쳐서 아빠를 이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하영이는 하성이의 푸념에 고개를 흔들다가 다시 격려 한다.

“이렇게 두면 아빠를 이길 확률이 높아져. 왜냐하면 아빠는 이 부분에서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거든.”

아직은 너무나도 미흡한 하성이가 아빠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하영이도 물론 그걸 알지만 하성이에게 아빠를 이겼다는 뿌듯함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다.

“자기야, 주말에 하성이가 당신에게 바둑을 두자고 할 거야. 그러면 꼭 져줘야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의아한 아빠다.

“당신을 이기기 위해 두 아들이 얼마나 열심히 궁리를 하는지 몰라.”


아이들이 이렇게 즐겁게 놀이로서 바둑을 두니 아빠도 흐뭇하고 기쁘다.

이제는 바둑에 큰 관심이 없는 하영이지만 그 시절 열심히 했던 기억과 추억은 진하게 남아있다.

그 저력으로 또 다른 것을 하더라도 집중을 하고 또 몰입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대상이 중요한 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을 신나는 마음으로 즐겼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정말로 그것으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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