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력 키우는 우리만의 홈스쿨링

11. 논리로 똘똘 뭉친 아이들

by book diary jenny


아이들을 키우는 순간순간이 놀랄 일의 연속일 때가 참 많다.

자라는 과정 중에 여러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기에 상황들이 아주 다채로운데, 그 중 하나를 꼽자면 아이들의 말이다.

스쳐 지나가는 말에서 뜨끔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한 상황이 이어진다.

유심히 듣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는 멋진 어록도 가득한데, 나는 그런 순간마다 열심히 기록해 둔다.

덕분에 지금껏 쓰고 있는 ‘육아일기’에는 아이들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렇게 적어둔 메모들이 있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요즘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하영이에 이어 하성이의 어록도 만만찮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기록이 가득한 걸 보니 우리 집 두 아들은 어릴 적부터 자기만의 개성 가득한 말을 많이도 표현했나보다.

말을 쉴 새 없이 하거나, 문장을 매끈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어려운 단어를 상황에 딱 맞게 사용해야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 한 후 그걸 적절히 표현할 줄 알고, 아이 스스로 나타내고픈 표현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게 내 판단의 기준이다.

더불어 여러 상황 속에서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꾸밀 수 있으면 아주 훌륭하다고 하겠다.


“하성아,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지금 바로 분명하게 이야기 해.”

“……”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지금 바로 딱 해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엄마, 엄마는 모든 일이 그렇게 정확하게 딱 되요? 신기하네요.”

“아…….”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상황이면서 놀랍기도 한 대화다.

저렇게 말 하는 하성이를 보고 있자니,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나오는 대로 막 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위의 대화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고, 식사 준비가 조금 귀찮았던 내가 뒹굴 거리며 미루고 있던 때였다.

“엄마, 저녁식사 지금 차려 줄 거에요?”

“응, 그래야지. 근데 지금 뒹굴 거리니까 편하고 좋네.”

“엄마, 밥을 차려 줄 거면 바로 일어나서 차려 주세요. 지금 당장 안 차려 줄 거면 언제 줄 거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 주고요.”

“뭐?”

“뭐든지 마음을 먹었으면 그 자리에서 확실히 딱 하라고 그랬잖아요.”

“…….”


논리라는 걸 따로 가르친 적 없고, 그런 걸 가르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 나였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상황에 맞춰서 아주 논리정연하게 말을 하기도 한다.

특히 자기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말이다.

“우리 아이는 저렇게 말하지 않는데요?”라고 여길 필요가 없는 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만 표현하지 않아서일 뿐이다.

표현이 어색하고 부정확하고 또 매끄럽지 않아 그렇지 생각은 어른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이 허투루 듣지 않은 나의 경청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생각할수록 아이들의 눈과 귀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우리 집 두 아들만의 얘기가 아님을 다들 알거다.

순간순간 내뱉는 우리 아이들의 말을 되뇌어보면 놀라운 말들이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말들 속에 아이의 진심이 가득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 자신도 몰랐던 자기만의 욕구도 담겨 있다.

매번 아이의 말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며 그 모든 것을 기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런 것을 엄마가 평상시에 신경 써 준다면 육아에 큰 도움이 되고, 그것으로부터 얻는 게 많다.

아이들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더불어 얻는 값진 선물이고 말이다.


“엄마. 제가 만들어 놓은 레고 자동차,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정리 좀 하면서 놀면 좋을 텐데. 발 디딜 틈도 없잖아.”

“엄마 바느질 할 때도 이것저것 마구 펼쳐 두고 하잖아요. 혼돈 속에서 뭔가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기도 한다고요. 맞죠?”

“내가 그랬었니? 으음…….”

“괜찮아요. 잊어버릴 수도 있죠. 다 놀고 정리 잘 할게요.”

“……”


아이들과의 이런 대화를 ‘육아일기’에 괜히 기록해 두는 건 아닐까?

나의 흑역사가 기록되어 오래오래 남는 이 찝찝한 기분은 뭘까?

나중에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내 입장이 조금 난처해 질것 같은 이 상황은 어쩌지?

오히려 이런 고민을 하는 나 자신이 괜스레 머쓱해지는 요즘이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논리를 만들어간다.

책을 통해,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 또래들과의 놀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하며 상황을 배워나간다.


아이들의 말이 틀리더라도 상관없고, 내용이 연관성 없더라도 상관없다.

자기의 생각을 자기 입을 통해 뱉어내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어린 아이에게서 완벽한 주장과 의견을 바란다는 것은 어른의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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