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력 키우는 우리만의 홈스쿨링

8. 군가 부르는 아이들

by book diary jenny



하영이가 피아노 학원을 다닌 지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처음 계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군가를 치기위한 소박한 꿈으로 시작되었다.

집에서 유튜브로 익히려고 피아노 건반을 하나 샀고, 도레미파솔라시도 계이름 치기부터 시작 했다.

군가를 한 장 씩 프린트 한 후 화보집을 만드는 등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쉽지 않은 상황, 피아노 연주에 익숙하지 않은 나 역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하영아, 그냥 학원에 등록해서 정식으로 배우자.”


학원비를 절약해 보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연구해서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워낙 편리한 세상이라 유튜브로 웬만한 건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환경이기에 시도를 해 본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아니, 너무 어렵다.

“하영아, 너와 나 반반 학원비를 지불하는 거야. 오케이?”

우리 집은 책을 사든 뭘 배우든 아이들과 내가 반반의 비용을 지불한다.

그래야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적극적인 마음으로 배우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맞는 것 같다.


“선생님, 하영이는 밀리터리 덕후여서요. 군가를 치기 위해 배우려고 합니다. 진도는 늦어도 상관없어요. 군가와 진도를 병행해 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께서 번거로우실까봐 조심스레 부탁을 드렸다.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기특해 하시며 “하나씩 잘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하영이도 나도 지금까지 선생님의 수업과 격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게 시작한 피아노 수업이 지금껏 이어지고, 지금은 하영이 손가락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지나면 수학이나 영어, 논술 등에 신경을 쓰면서 자연스레 예체능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진다.

시간도 부족하고, 계속 시키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과목이라고 여기는 영어 및 수학을 하지 않고 예체능 수업을 하고 있으면 그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에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하영이가 하고픈 걸 하는 게 알맞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그걸 시작하는 게 제일 좋고 그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군가를 한 곡 씩 연습하고 마무리를 하면 영상촬영을 한 후 우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한다.

구독자분의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더 열심히 하는 하영이의 모습이 정말로 아름답다.

거기다 “다음에는 OO곡 연주해주세요.”라는 선곡이 들어오면 바로 그 선곡 연습으로 바빠지는 하영이 모습이 대견하다.

아직은 원하는 군가를 거침없이 마음껏 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연습을 하며 한숨을 쉬고 짜증도 내지만 그 모습마저 소중하기에 도리어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껏 ‘전우’, ‘멋진 사나이’, ‘육군훈련소가’, 등을 끝냈고, 지금은 ‘검은 베레모’를 연습 중이다.


처음에는 군가를 치기위해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수업이 이제는 정통 피아노곡을 연주하는 데에도 마음이 깊어졌다.

체르니 단계에 들어가 열심히 연습 중인데 감상하는 짧은 시간이 황홀하다고나 할까.

재능의 유무를 떠나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하게 해나가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까.

피아노 치는 게 지겨워지면 깔끔하게 끝내면 된다.

배우는 동안만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잘 배우면 그걸로 된거다.


“엄마, 나도 군가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100곡 가까이 많이 알잖아요. 나도 피아노 배우고 싶어요. 형아처럼 치고 싶어요.”라는 하성이.

“어머나, 기특해라. 하성이도 군가를 치고 싶구나. 당연히 하성이도 배울 수 있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형아랑 같이 학원에 다니렴.”

형이 연주를 할 때마다 옆에서 군가를 흥얼거리는 하성이가 자기도 군가를 치고 싶다고 나에게 보채는 모습이 귀엽다.

아직은 손이 작아 피아노 치기에는 힘들 것 같아 미루는 중인데, 하성이도 고려 해봐야겠다.


뭐든 배우고 싶을 때, 열정이 가득 생길 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 때 배우는 게 최고의 적기다.

비록 집에 피아노는 없지만, 조그만 건반으로 연습을 하고 한곡씩 마스터하는 하영이를 보니 남자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재능 여부는 전혀 상관없으며, 나중에 어디 활용할지도 전혀 상관없다.

그저 그 순간마다 즐거우면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접목해 멋진 융합을 하게 된다면 그건 더욱 더 기특한 일이 되고 말이다.


요즘 연습하는 ‘검은 베레모’ 연주가 조금 까다롭다며 한숨 쉬는 하영이에게 말해주었다.

“언제 그 곡의 연습이 완성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네가 치는 한 음 한 음 모두가 다 사랑이야.”

“엄마에게 이 곡들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한 라이브로 들려줘서 정말 고마워. 이 기회에 감사해.”

“참, 혹시라도 피아노 치는 게 지겨워지거나 배우고 싶지 않다면 바로 말해줘. 억지로 배워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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