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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Oct 12. 2021

생각 양식 53 - 나의 결핍과 너의 결핍이 만나면

누구나 결핍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나 결핍이라는 것이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결핍이 버거운 이유는 그것을 채우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는 무기력함과, 잘 되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허무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지금의 나이까지 고민이 생기면 엄지손가락 끝을 입에 갖다 대고 빠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엄지손가락을 빨지 않으려 해도 그 버릇을 없애는 게 쉽지 않다는 것과 아무리 그렇게 해도 거기서는 날 달래 줄 달콤함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돈, 가족, 사랑, 대인관계 등 다양한 것에서 결핍감을 느끼며 산다.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 속을 파헤친다면 갖가지 결핍들이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다. 결핍이라는 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문제덩어리 암적 존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걸로 인해 우린 자신의 불완전함을 알게 되고, 타인 역시 나처럼 부족한 부분을 안고 살며, 우리 모두 완벽할 순 없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결핍으로 인해 나도 불완전하고 너도 부족하기에 우린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내 엄지손가락을 아무리 나의 입에 넣는다 한들 날 위로해줄 달콤함은 거기서 나오지 않음을 안다. 너의 엄지손가락과 나의 엄지손가락을 맞춰 찍으며 이어나가야 비로소 나의 존재감과 서로에 대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결핍의 존재인 ‘나’와 그것을 알아봐 주는 또 다른 결핍의 ‘너’와의 연결점은 그래서 더욱더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다. 보듬어주는 서로 간의 결핍들은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든든함이 된다. ‘나의 엄지손가락’과 ‘너의 엄지손가락’은 마침내 그렇게 연결이 된다. 누구나 결핍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 결핍은 마침내 ‘너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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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가서는 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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