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양식 63 - 하늘 향해 건배

치얼쓰 치얼쓰

by book diary jenny


[미니 픽션]


"일하는 중에 말도 없이 불쑥 오면 어떡하니."

"배 고프지? 이것 먹어. 나 그냥 간다."


반갑지만 반갑지 않은 네 갑작스런 등장에

그리움이 더 커져버려 곤란해진 나였지.

바쁜 시간 쪼개어 따스한 정성을 보여주곤

아무 일 없었던 듯 웃으며 휙 가버리던 너.


불쑥 15년 전 너의 모습을 마주쳐버린 오늘

그곳을 지나치면 떠오르는 서글픈 추억들.

화려한 주류백화점이 새로 들어선 그곳에서

술만이 달래줄 수 있었던 너의 두꺼운 슬픔.


"아프면 치료를 해야지 참으면 어떡하니."

"맘 쓰이지? 이젠 잊어. 나 먼저 간다."


먼저 가버린 그곳은 어떠니, 넌 어떻게 사니.

좋아하던 반투명의 초록색 진한 술병을 열고

뜨거운 향 골드빛 술 가득 부어 하늘을 향해

치얼쓰, 치얼쓰. 고와서 더 미운 너라는 기억.



(우리동네 술잔 닮은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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