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이 네이버 블로그의 레고디오라마(레고로 짧은 영화처럼 만드는 스톱모션 작품)들이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다. 몇몇 작품들은 솔직히 당황스러운 것도 없잖아 있다. ‘어느 지점이 포인트인 거지?’, ‘이야기 개연성이 전혀 없는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댓글에서는 서로 ‘정말 재미있어요.’ '또 만들어줘' 이러기 바쁘다. 심지어 ‘와, 대단해'라며 폭풍칭찬 하는 친구도 있다. 세대가 다른 내가 공감 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더 중요한 건, 이들의 사용 언어부터 이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다. 도대체 ‘미방’, ‘공튀’, ‘블하’ 등이 뭐란 말이니.
하영이는 어릴 적부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디지털 카메라다.지금껏 다섯 대를 사용했는데 이제는 동생 하성이도 카메라를 사용하기에 하성이 것도 사주는 상황이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기가 찍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찍고 있다. 대단한 작품은 당연히 아니고, 생활 속에서 자기가 포착한 인상 깊은 장면들을 찍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레고디오라마를 찍을 때 어느 정도 그동안 쌓인 내공이 비춰진다고나 할까.‘저렇게 찍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저 각도에서 저런 장면을 찍을 수 있다니.’ 싶을 만큼 멋진 장면도 자주 포착한다. 나는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기에 잘 모르는 상태로 판단을 한다. 그러나 사진작가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영이가 남다른 감각이 있다고 하는데, 나 듣기 좋아라고 해주는 말인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커넥팅 닷츠(connecting dots)’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모든 점들은 연결이 된다는 것, 간단히 말하면 모든 것들이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그림을 그리면 화가가 되어야 할 것 같고, 피아노를 치면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게 맞춤으로 쓰이지 않더라도 그 실력과 감동은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연결 될 지 알 수 없다.
어느 것이 재미있어서 신나고 즐겁게 했는데 그 마음이 식어서 더 이상 그것을 하지 않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뭔가에 꽂혀서 처음에는 신나게 열정적으로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열정이 식어버려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기도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면 당장에 들리는 엄마들의 원망 가득한 소리, “이제껏 시간과 돈을 써서 해 온 것들이 너무 아까워.”과연 그럴까?
그것에 대해 마음이 식어버렸다면 아이는 자기의 인생에서 그걸 다시는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겠다는 게 그게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그게 무엇이든 그 좋았던 걸 하던 당시에 즐겁고 유익했으면 오직 그것, 그것만으로 된거다. 본전을 생각하다보니 엄마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그동안의 시간과 돈의 양이 계산이 되어 버려 속상함을 적나라하게 보이며 아까워하는 것이다.
그럴 때는 스티브 잡스의 ‘커넥팅 닷츠’를 한 번 더 떠올려 보라. 모든 것은 연결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결이 되어서 그것이 언젠가는 쓰인다고 생각하자. 자기 최면을 걸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세상의 많은 것들은 조금씩은 연결이 되어 있으며, 그렇게 연결 지어지는 것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이 탄생을 한다.
바둑에 빠졌던 하영이의 시간과 에너지들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지역의 초등 대표선수로 뽑혀서 서울로 대회를 나가던 그때의 빛나던 추억이 떠오른다. 다양한 대회에서 바둑으로 상을 타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밤을 새며 열정적으로 바둑에 빠졌던 그 소중한 기억들은 말 그대로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남은 건 화려한 트로피와 빳빳한 상장들. 나 역시 처음에는 더 이상 바둑을 쳐다보지도 않는 하영이가 이상했다. 또 그동안의 시간과 열정이 아까워서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본질은 이것이다.모든 것은 아이의 선택이라는 것과 그 많고 많은 시간들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무의미하면 또 어떤가. 무언가에 몰입을 하고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받았던 그 기억과 추억이 소중한 것 아닐까. 하영이의 블로그 운영을 생각하다보니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커넥팅 닷츠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것들은 연결된다는 것, 그래서 무의미한 것은 없다는 것. 더 나아가 무의미해도 괜찮다는 것을 엄마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이 시간도 어제와 내일의 연결점이 된다는 것.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하게 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것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심어줄 소중한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매 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고, 어떤 것이든 무의미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