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종일 정신없이 갈팡질팡 거리다 이제야 정신이라는 걸 좀 차려본다. 나 같은 잉여인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생명체는 당연히 없다. 아니, 있으려나. 에이씨, 이딴 게 또 갈팡질팡 거릴 일인가. 친구라는 인간들 사이에서 ‘갈팡질팡K’로 불리는 나는 말 그대로 시시때때로 갈팡질팡 거린다. 친구라고 해봤자 백수건달 껄렁이와 쓰잘대기 없는 일로 바쁜 투덜이, 회사는 다니지만 곧 잘릴 것 같은 답답이가 전부다. 취직했다고 꼴사납게 자랑하던 답답이 그 새끼는 벌써 잘렸는지도 모른다. 평상시엔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는 하겠지. 연락 한 번 해볼까 갈팡질팡 거리다가 때려치웠다. 어느 인간 하나 이 땅에서 사라지거나 누구 하나 잘 되서 자랑꺼리 생기면 연락하겠지. 아니다, 잘 되면 나 같은 갈팡질팡 잉여인간을 만날 일은 없다. 갈팡질팡 거리는 나 같은 잉여찌꺼기가 지들 인생에 도움 될 일은 없으니까. 알다시피 나는 매사에 갈팡질팡 거린다. 정신없이 갈팡질팡 거리고 있으니 아직 죽진 않았다는 증거다. 갈팡질팡 거리는 나 같은 잉여인간에게도 나름 이유라는 변명거리는 있는 법. 찌꺼기 같은 내가 쓰기엔 너무나 사치스런 단어인 고민. 안 믿기겠지만 나 같은 잉여인간도 고민이라는 걸 한다. 문제는 그 고민으로 또 갈팡질팡 거린다는 거다. 계속 갈팡질팡 거리고만 있다. 더럽게도 끈질긴 갈팡질팡. 한 달 전 오늘도 갈팡질팡 거리며 고민의 사치를 누렸다. 지금도 또 같은 고민을 하며 지랄을 떤다. 이놈의 갈팡질팡은 끈질기게 날 따라다닌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따라다니는 건 아닐까. 나 같은 잉여인간을 따라다니는 꼴로 봐서는 이놈도 별 볼일 없는 것 같은데. 날 따라다닐지 말지 갈팡질팡 거리며 따라다니는 꼴이라니. 병신같이 웃기는 그 갈팡질팡 모습이 하루 종일 갈팡질팡 거리는 나 같은 잉여인간을 피식 웃게 만들어준다. 뜻도 모르고 쓰는 번민, 고뇌, 고민이라는 것에 치이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 수준 높은 단어 님들 역시 다리 풀려 갈팡질팡 거리는 귀신처럼 다가온다. 수준 높은 단어 새끼들, 갈팡질팡 거리면서 나 같은 잉여인간을 따라다니는 꼴 참 좋다. 그런데 믿기지 않겠지만 나 같은 잉여인간에게도 갈팡질팡 없이 명확했던 날들이 있긴 했다. 뭐지, 왜 이리 세상이 선명한거야? 갈팡질팡 거리며 나 같은 인간을 따라다니던 그 갈팡질팡 병신 어디 간거야? 갈팡질팡 거리는 그 놈마저 날 쓰레기 버리듯 갖다 던진건가 싶어 두려웠다. 나를 쥐어흔들던 갈팡질팡 그 놈이 결국 나를 버렸다. 갈팡질팡 쿵짝이 잘 맞아 좋았는데, 이젠 혼자다. 그런데 뭐지. 명확함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까 기분이라는 게 좋아졌다. 정신머리 차리고 산다는 게 이런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초라한 자신감이 수돗물 새듯 쭈르륵 삐져나온다. 드디어 이 역겨운 갈팡질팡 질척이를 벗어버릴 기회다. 비가 오려나 안오려나 갈팡질팡 거리던 인간, 저 사람이 날 알아보려나 모르려나 갈팡질팡 거리던 인간, 내가 잉여인간이라는 걸 알려나 모르려나 고민에 갈팡질팡 거리던 인간. 그게 ‘갈팡질팡K’, 나라는 인간이었다. 갈팡질팡 거리던 내가 명확한 날들을 보내다니 무슨 일인가. 비가 내리네, 안 나가야겠다. 나를 째려보네, 어쩌라고. 내가 바로 잉여인간이다, 그래서 뭐. 와우 씨, 장난 아니게 명확해서 갈팡질팡 거릴 찌꺼러기가 없어졌다. 나라는 인간도 알고 보면 명확한 인간이라고! 갈팡질팡 거린다고 비웃던 것들을 줄 세워 욕바가지를 확 끼얹으면 속 시원할텐데. 선명하게 보이는 이 시선이 좋아 마음껏 즐긴다. 저 인간은 저런 인간이군, 저 새끼는 저런 새끼야, 저 쓰레기는 저런 쓰레기일 뿐이지. 인간이라는 덩어리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잖아. 저건 무슨 일이지? 저딴 일은 왜 일어난거야? 저 짓거리는 누구의 짓일까? 결코 알 수 없던 세상의 시꺼먼 민낯도 보게 되다니. 인간을 알아간다. 세상을 알아간다. 갈팡질팡 거리며 정신없이 살 때는 상상도 못하던 것들이 다 보인다. 씨발, 저 새끼들 더럽게도 사네. 씨발, 세상 참 더럽게 돌아가네. 내 평생 보지도 못했던 더러운 꼴을 두 눈 번쩍 뜨고 봐야하다니. 이렇게도 선명하게 봐야하다니. 개 피곤하다. 더럽게 지친다. 지옥같이 괴롭다. 추악하게 더럽다. 그리고 음침하게 고민된다. 뭐야, 사치처럼 느껴지던 고민을 나 같은 잉여인간이 또 하다니. 술 마시면 보이지 않을까. 퍼질러 자면 보이지 않을까. 모든 걸 차단하면 안 보게 될까. 사치 같은 고민을 어제도 오늘도 했다. 너무 괴로워서 하루 종일 종이에 끄적였다. 갈, 팡, 질, 팡, 갈, 팡, 질, 팡, 갈, 팡, 질, 팡, 갈, 팡, 질, 팡. 갈팡질팡 거리던 나를 찾고 싶었다. 난 원래 갈팡질팡 거리던 쓸모없던 잉여인간이었는데 내가 왜 이런 상황이 되었나 싶어 고름 같은 눈물도 흘렸다. 저런 인간들의 요지경을 또 명확하게 봐야하다니, 저런 세상의 지랄을 또 선명하게 봐야 하다니. 당장에 컴퓨터를 켰다. 켤까말까 갈팡질팡 거리던 예전 내 모습이 그리워 또 눈물을 찔찔 흘렸다. 에이씨, 이런 게 눈물 날 일인가. 그렇다, 지금은 그렇다. 눈물 날 일이 맞다. 나는 갈팡질팡이 그립다. 그 새끼가 너무 보고싶다. “나와 함께했던 갈팡질팡을 애타게 찾고 있어요. 나 같은 병신 잉여 쓰레기와 함께했던 그 갈팡질팡을 찾고 있다구요. 인마 돌아와. 갈팡질팡 거리던 네가 없이 사는 이 세상은 너무 힘들다. 이 글을 봤다면 갈팡질팡 망설이지 말고 당장 돌아와. 나 없이 너 혼자 갈팡질팡 거리는 꼴은 우습다는 거 알지? 그러니 당장 돌아와. 얼른!” 목이 탔다. 물을 마실까, 침을 삼킬까. 허리가 아팠다. 누울까, 일어설까. 배도 고팠다. 먹을까, 참을까..... 아, 뭐지, 갈팡질팡 거리는 이 냄새는? 내가 지금 갈팡질팡 거린건가? 바로 옆에 숨어서 자기를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었던건가? 금새 이렇게 돌아온건가? 조금의 갈팡질팡도 없이 이렇게 바로 돌아오다니, 이놈이 그놈 맞긴맞나? 피식 웃어줘야하나 활짝 웃어줘야하나, 등을 두드려줘야하나 머리를 쓰다듬어줘야하나, 손 내밀어 악수해야하나 머리 숙여 인사해야 하나. 갈팡질팡 없이 바로 냅다 달려온 이 찌질이를 받아줘야할까 말아야할까. 이 잉여인간의 갈팡질팡 꼴이라니.
명확하게 보이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생명체들 사이를 오늘도 갈팡질팡 거리며 잉여인간으로 사는 나는 ‘다시 돌아온 갈팡질팡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