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새로 산 하얀 운동화가 문제였을까, 새로 사 입은 야광색 운동복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새로 산 검은 헤어밴드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사각 새 팬티 때문인 걸까. 어쨌든 문제는 일어나 버렸다. 나는 지금 심각한 문제에 쌓여있다. 문제가 있는데 그걸 해결할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야,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나에게 달려야 한다고 했다. 뭐, 내가 달린다고? 나는 걷는 것도 싫은 사람이다. 걷기도 싫어서 밖에 나가지 않는 직업을 구한 사람이다. 사실은 언니 집에 얹혀사는 게 정확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후지지만 쓸모 있는 이 컴퓨터로 후줄근한 직업 하나를 구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언니가 나가자는 것이다. 그것도 극도로 혐오하는 달리기를 하자는 것이다. 뭐, 달리기? 하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달리다니, 달리다니, 내가 달리다니. 내 하얀 두 다리는 멀쩡하다. 아픈 곳도 없다. 물론 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달리기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존재감 자체가 없는 그 무엇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나는 달리는 게 싫다. 걷는 것도 싫다. 집에서 나가는 게 싫다. 싫은 건 싫은 거다. 어느 날은 이걸 어기고 나가봤다. 이걸 어기고 걸어봤다. 이걸 어기고 뛰어도 봤다. 그리고는 바로 다짐했다. 무모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 미친 짓은 생각하지도 않겠다는 것.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야,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언니의 닦달이 이어졌다. 울먹이기까지 하는 언니의 눈을 보고선 미안했다. 그래, 나가보자. 체념했다. 그리고 언니와 나갔다. 어쨌든 나갔다. 새로 입은 사각팬티에 새로 산 흰 운동화, 새로 꺼내 입은 야광색 운동복, 그리고 새 검정 헤어밴드를 하고 나갔다. 역시 달리기는 나의 영역이 아니다. 달리기 전부터 숨이 막히고 숨 쉬기가 곤란했다.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에게 달리기는 벅찬 그 무엇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런 나도 초등학교 때는 달리기에서 일등을 했다. 다리도 제법 길어서 남들보다 유리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 얼굴과 가슴에 와닿는 그 쏴함이 좋았던 기억도 있다. 무릎에서 살짝 나는 딱딱거리는 부딪힘도 나쁘지 않았다. 마음먹고 달리면 일등은 모두 내 차지였다. 그런 내가 이제는 달리는 게 싫다. 걷는 것도 싫다. 집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로 구했다. 사실은 언니 덕분에 살아가는 게 맞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갈 필요도 걸을 필요도 뛸 필요도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새로 사 신은 흰 운동화 바닥으로 운동장의 거친 바닥만 휙휙 쓸다가 돌아왔다. 달리기는 하지도 않았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섭섭해했지만 그건 나의 영역 밖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야,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언니의 고집에 이제는 질 내가 아니다. 나의 고집은 당신의 그것보다 더 강력하고 진하고 깊다. 내가 달린다니, 이젠 더 이상 있을 수 없다. 달리기는커녕 걷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게 싫어서 밖이 아닌 집에서 하는 일을 구한 사람이 바로 나다. 돈벌이가 되지 않아 힘든 나를 기꺼이 받아주는 고마운 언니였다. 그렇지만 달리기는 그것과 다른 이야기다. 이런 나를 잘 알면서도 언니는 자꾸 달리자고 한다.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안 해서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자꾸 저러니까 더 화가 난다. 섭섭하다. 눈물이 찔끔 난다. 눈물샘이 터질 것 같다. 막막 소리 지르고 싶다. 억울해서 벽을 치고 싶다. 나는 달리기를 싫어한다. 걷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구해서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물론 언니 덕분에 나는 살아간다. 그런 나에게 자꾸 고집을 부리는 언니도 이제는 너무 싫고 밉다. 왜 언니는 나에게 자꾸 달리자고 할까. 나는 달리는 걸 싫어하고 걷는 것도 싫어하고 나가는 것도 싫어하는데 말이다. 언니는 왜 자꾸 왜 자꾸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문제는 일어나 버렸다. 문제가 일어나 버렸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 심각한 문제에 쌓여있다. 문제가 일어났는데 그걸 해결할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어쩌면 좋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지금 멈출 수가 없다. 제발 멈추고 싶다고 소리를 질러도 멈출 수가 없다. 멈춰야 하는데 멈출 수가 없다. 어쩌지, 멈춰야 하는데 말이다. 나는 달리기를 싫어한다. 걷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걸을 필요도 없고 달릴 필요도 없는 일을 구해서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언니 덕분에 나는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런 나에게 지금 문제가 일어났다. 새로 산 사각팬티를 입은 것도 아니다. 새 흰 운동화를 신지도 않았다. 야광 운동복을 입은 것도 아니다. 당연히 새 검정 헤어밴드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이러고 있다. 나는 지금 멈출 수가 없다. 이상하다. 나는 달리는 걸 싫어한다. 걷는 것도 싫어한다. 그게 싫어서 집에 있는 것을 고집했다. 그런 날 언니는 받아주었다. 그런 내가 지금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나를 나는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달리지 않았던 거다. 달리지 않기 위해 걷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이제는 달려버렸고, 지금은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언니,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언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나는 지금 멈출 수가 없다. 제발 멈추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멈출 수가 없다. 나는 달리기를 싫어했다. 걷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걸을 필요도 없고 달릴 필요도 없는 직업을 구해서 집에서 일을 했다. 그런 나를 언니는 모든 걸 이해해주었다. 그런 내게 문제가 일어났다. 내 다리는 지금 심각하게 부러졌다. 내 다리는 지금 너덜너덜하다. 내 다리는 지금 문드러지고 있다. 내 다리는 지금 덜렁덜렁 빠지려고 한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다. 나를 깨우던 언니는 더 이상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를 달리게 만든 언니는 깨워도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살 많은 언니는 일어날 생각 자체가 없다. 나는 이렇게 멈출 수가 없는데 언니는 그저 멈춰 있다.
언니,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언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나는 달린다. 지금도 달린다. 달리는 걸 멈출 수가 없다. 멈추는 건 나의 영역이 아니다. 달리는 걸 싫어했다. 걷는 것도 싫어했다. 그래서 바깥에서 하는 일을 원하지 않았고 집에서만 온전히 살아왔다. 그런 나를 언니는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받아주었다. 그런 내가 지금 달린다. 지금도 달린다. 계속 달린다. 멈출 수가 없다. 문제인데, 문제가 맞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문제는 일어나 버렸다. 나는 지금 심각한 문제에 쌓여있다. 문제가 있는데 이걸 해결할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다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다리도 없는데 나는 달리고 있다. 달리는 걸 멈출 수가 없는데 이미 다리는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멈출 수가 없다. 언니는 달리지 않고 나는 달린다. 언니는 일어나지 않고 나는 멈추지 못한다. 언니의 다리는 멀쩡하고 나의 다리는 심각하다. 언니의 다리는 튼튼하고 나는 이제 다리가 없다.
야,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언니, 얼른 일어나. 왜. 오늘 달리기로 했잖아. 아, 좀 더 자자. 일어나. 피곤하다고. 달리기가 얼마나 좋은지 언니 모르니? 아, 진짜. 일어나, 얼른. 으앙.
나는 달린다. 나는 달리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달린다. 걷는 것도 싫어하지만 달린다. 집에서 일하는 내가 달린다. 언니의 도움을 받던 내가 달린다. 나는 다리가 없지만 달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날개가 생겨서 일까. 날개가 생겨버려서 일까. 날개가 생긴 후 꼼짝도 없던 언니는 사라져 버렸고 나는 이렇게 달리고 있다. 나는 멈출 수 없이 달리고 있으며 이런 나에게는 날개가 생겨버렸고 나는 지금 달리고 있고 나는 날개를 달고 있고 나는 더 이상 멈출 수가 없다. 언니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나는 더 이상 멈출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멈출 수 없이 달리고 있고 이런 나에게는 날개가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