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마음 Nov 29. 2022

도서관 앞으로 이사간 여자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를 읽고




새로운 분야의 책을 권하는 이유는
독서야말로 안전하게 낯선 세상을 여행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소매치기 걱정도 없이 유럽여행을,
말라리아 모기의 위험도 없이 오지에 다녀온다.
요리사, 만화가, 헬스 트레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듣기도 한다. (p.131)



도서관에서 우연히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라는 책을 집어들었따. 저자가 여자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다독가, 사서는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름도 여자 이름 같아서 잠시 착각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1/3 지점인가부터 알게 된 사실은 남성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150페이지 정도의 작은 판형의 에세이로 쓰였다.


어린 시절부터 도망간 유일한 곳은 도서관이라는 저자. 중고등학교 때 공부보다 더 애정을 쏟아던 독서이력. 그것도 모자라 문헌정보학과로 입학한 그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의 눈으로 본 도서관은 어떠할까. 책에 더 애정을 가질까. 아니면 어느 요리사가 집에 가면 요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퇴근 후에 책은 거들떠도 보기 싫을까. 


늘 책을 접하는 사서가 책을 많이 볼 거 같지만 일터에서는 책 제목만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서관을 방문해 편안하게 책을 찾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책들을 주문하고 분류하고 붙이고 정리하는 사서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한다. 암튼 그것이 그들의 일이고 일터에서 책 읽는 것은 사적인인 행위일 뿐이다.







사서도 책을 읽으려면 퇴근 후 평범한 직장인처럼 독서에 시간을 내야 한다. 이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나는 책이 좋아 첫 책을 독서법에 관한 책을 내며 독서법에 관한 수십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독서와 관련된 책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손에 집어 드는 나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포함해서 도서관이라는 키워드가 보이는 신간을 두 권 꺼내 왔다.


나도 언젠가 문헌정보학과 근처를 기웃거린 적이 있다. 사서가 되면 책을 더 많이 볼 수 있을까 해서이다. 그런데 사서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며 시간과 공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포기했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책에 대한 모든 정보를 꿰뚫고 있는 것은 부럽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책에 질릴 수도 있을 듯하다. 또 사서의 역할은 단순히 책을 정리, 분류하는 것뿐만 아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고, 상호대차서비스로 온갖 지역 도서관에 책을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암튼 책을 무척이나 애정해서 책도 읽는 다독가 사서 작가님을 만나서 반가웠다.


나는 문헌정보학과로 가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이 바로 보이는 집으로 이사했다. 새로 신축하는 아파트와 구축인 아파트를 놓고 고민했었다. 투자적인 조건으로 보면 신축 아파트를 매매했어야 했지만, 나의 기준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서 신축과 구축의 차이로 인해 배가 살짝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선택을 애정한다. 베란다 창으로 바라보면 도서관에서 만들어 놓은 분수도 볼 수 있고,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다.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그곳으로 잠시 피신할 수 있고, 추운 더운 날에는 따뜻한 공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다양한 도서관 행사도 마음껏 참여할 수 있다. 저자가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라면 나는 도서관 앞으로 이사 간 여자이다.







도서관과 독서실은 다르다.
앞으로 도서관은 소극적으로 장소 제공을 하는
독서실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행사를 주도하는 적극적인 문화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p.56)



저자는 사서라는 직업을 통해 도서관이 변해가는 풍경을 보여준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장소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는 "사랑에 빠져본 사람이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서 자신을 꾸미는 건 사랑받고 싶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도서관 또한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 거라고 말이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지하철, 시장 곳곳에 도서관 책을 쉽게 대출하고 반납하는 기계를 설치하고, 온갖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는 이유는 더 많은 방문자와 독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저자는 하나의 특화된 도서관도 제안한다. 지난 20년 사이에 도서관 수는 많아졌지만 독자는 오히려 줄었다. 이를 위해서 모두 똑같은 도서관이 아니라 현대문학 도서관, 음악 도서관, 미술 도서관 등등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요리를 할 수도 있다. 도서관 큐레이션이라도 볼 수 있다.


저자는 하나의 특화된 도서관도 제안한다. 지난 20년 사이에 도서관 수는 많아졌지만 독자는 오히려 줄었다. 이를 위해서 모두 똑같은 도서관이 아니라 현대문학 도서관, 음악 도서관, 미술 도서관 등등 한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요리를 할 수도 있다. 도서관 큐레이션이라도 볼 수 있다. 수많은 도서관 중 그저 그런 하나가 아니라 콘텐츠가 뚜렷한 도서관도 꽤 괜찮을 듯 하다.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온갖 마케팅이 있는 것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지만 정말 책을 애정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만이 안주하지 않고 여러 할 일들을 궁리할 것이다. 저자의 여러 제안처럼 도서관도 시대의 트렌드를 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더 많은 이들이 애용할 수 있는 사랑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가 있어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