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책 출간 후 홍보를 위해서 인스트그램에 하루에 피드를 서너 개씩 업로드하다 보니, 일반 책 소개를 며칠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원래 책리뷰했던 계정에 다시 들어가서 업로드했다. 오랫동안 이 계정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팔로우는 늘어나 있었다. 팔로우를 정리도 할 겸 인친들 피드에 들어가 봤다. 이 계정은 처음부터 책만 올렸던 계정이기에 책리뷰하는 분들과 많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는 계정마다 오래전에 멈춰 있는 계정들이 많았다. 1년 전 시간으로 멈춰 있는 계정도 있었고, 2년 전에 멈춰 있는 계정도 있었다. 그중에는 부지런히 읽고, 정성스럽게 찍어 올린 책 사진들을 담은 계정들도 많았다. 심지어 1만 팔로워의 계정도 있었다. 그런데 수개월, 수년 전의 날짜에 멈춰 더 이상 업로드하고 있지 않은 계정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에는 “뭐야, 꾸준하지 못한 거 아니야.”, “꾸준함이 제일 중요한데 그새 포기한 거야.”,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 이토록 어렵구나.” 등의 생각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판단하고 있는 거지?”, “온라인 세상이 전부라고만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후 나의 거의 모든 생활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새벽 5시부터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기에서의 소통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어쩌면 가족들보다도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을 더 자주 보고 소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직장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곳에서 생계도 이어가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더욱 넓혀야 하는데, 온라인 활동으로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너무 많은 이들이 열심히 책을 읽고 리뷰하며 키웠던 계정을 버리고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니 버렸다기보다는 잠시 멈췄다는 표현이 맞겠다. 처음에는 그들의 꾸준하지 못함을 탓하다가, 지금 어떤 바쁜 일이 생겼길래 SNS 활동을 멈춘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너무 온라인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모든 것을 온라인 활동 점수로 판단하고 있지 않은지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그렇다. 온라인이 다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삶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SNS는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오프라인 어디에선가 열심히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인 듯 착각하며 그 기준으로 남들을 섣불리 판단하는 실수를 범할 뻔했다.
우리는 SNS에 보이는 단면으로 얼마나 쉽게 사람을 판단하는가? 특히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내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연예인, 정치인, 유명인들은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양극단의 평가를 듣는 대가를 늘 치르며 산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시도 자체가 비합리적이지만, 예기치 않게 날아오는 말의 비수는 날카롭다.
삶의 일부분만 보고 사람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내 시선에 들어오는 세상만이 전부라는 착각도 속히 내려놓아야겠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음을 잊지 말자. 전시된 삶뿐 아니라, 보이지 않은 삶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진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지구 어느 한 곳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땀 흘리며 열일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잠시 단면만 보고 판단했던 그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이젠 디지털 삶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현실에 더욱 단단히 발을 딛고 진짜 내 삶을 살아가기도 멈추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