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일기-나를 만나다》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는 얼마나 만나고 있는지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분주하게 지내던 시간에서 벗어나 오롯이 깊은 바닷속 무의식으로 떠나도록 돕는다.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내면아이가 불쑥 튀어나올 때면 숨기기 급급한 모습 속에서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여겨진다.
저자 곽그림(그리움) 작가가 묻고, 독자들이 물음에 답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주어진 질문을 통해 새삼스레 모르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누가 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되 내가 공개할 수 있는 것까지만 하길 권했다. '나 먼저! 그다음 너!'라면서.
<나의 이름>을 통해 다른 사람에 의해 불리는 것에 생각해 보게 된다. 대부분의 기혼 여성들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자신의 이름은 사라지고 어느새 잊히게 된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줬을 때 가슴이 콩닥거리고 충분히 설레던 기억은 경험해 봤을 것이리라.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두 팔 벌려 힘차게 외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몸아, 안녕하니?"
가족들을 위해 힘써온 나에게 책을 보며 안부를 건네자눈시울이 붉어진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 더 깊은 병은 아닌지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이 엄습해 올 무렵 <내 몸 그리기>의 한 구절이 위로와 공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중략) 우리는 우리 몸을 너무 방치할 때가 많습니다. 안 좋은 습관으로 우리 몸을 다치게 둘 때가 많지요."
- 33쪽 중에서
나를 소중히 아끼고 감싸주어야 했던 다름 아닌 내가 방치하고 있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삶을 살고 있다고 깨달음을 준 고마운 에세이다.
돌이켜보니 어쩌면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사랑스럽지만 스스로에게는 박할 때가 많았으리라. <나에게 선물하기>는 지치고 힘든 삶을 격려하기 위해 이유를 붙여 특별함을 선사해 보라고 권한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한 점심식사메뉴가 요 며칠 아른거렸다. 5월의 어느 점심, 사느라 애쓴 나에게 이제 건강하라며 스테이크 한 접시를 대접해 주었다. 레스토랑 창 밖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깊이 맛을 느껴보는 여유까지 누려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상처에는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바르지만, 마음에 난 상처에는 가급적 치료를 미루는 편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팠던 기억을 자주 들춰보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의 나는 그것을 그냥 지나쳤을지 모릅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냥 덮어두고만 있었을 수도 있어요. 피를 철철 흘리고 내 마음을 인식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사는 데 급급해서 넘어가 버렸을 수도 있고요. 피 흘리는 내 마음을 볼 용기조차도 없어 그냥 휙 덮어버렸을 수도 있어요." - 105쪽 중에서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나다움'을 찾고 싶거나, 나를 알아가는 것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들에게 《마음일기-나를 만나다》를 권한다.
숨겨두고 방치한 자신과 만나면서 더욱 깊게 사랑해 줄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기에. "당신은 그럴 만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