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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닥 Apr 27. 2022

나는 친구가 없다

혼자되고 나니 보이는 것들

" 우정을 끝낼 수 있다면 그 우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 성 제롬



단풍이 떨어지던 어느 가을날, 내가 사랑한 세계가 전부 무너져 내렸다. 그날은 유난히 기분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한 통의 문자로부터 그 세계가 종말 했음을 알려왔다. 내가 사랑했고, 언제나 아껴왔던 관계가 사실은 전부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은 나의 해방일이기도 하다.



나는 외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면 실제로 만나는 집단이나 모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쉬는 날도 없이 일만 하면서 지내고 있다. 쉴 때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내 취미는 가끔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이렇게 친구도 없이 인생을 쓸쓸하게 보내는 이유가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인과 책임을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따져 묻고 싶지는 않다. 누가 더 잘못했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상처 입힌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서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각별했다. 부모님끼리 왕래를 할 정도로 친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사실 나를 매우 싫어하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 나는 전혀 몰랐고 진실을 알게 되자 의아했다. 왜냐면 항상 그 친구들은 나를 알뜰히 챙겼고 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들이 갑자기 본색을 드러내고 함부로 군 이유를 대충 알고는 있다. 작년에 우리 집에 경사가 있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이 조금 나아진 것이다. 집안에 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고 나에게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그것이 진짜 이유라면 그 친구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나 시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을 수도 있다. 그 당시 나는 한 녀석을 고소를 해야 되나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까지 상처를 주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 녀석들을 정말 아껴주었는데 말이다. 정말 허무했고 참담했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화장실로 뛰어갔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토질을 해댔다. 거울을 보자 눈은 퀭하고 다크서클이 진하게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녀석들과 절연을 하고 혼자가 된 나는 두려웠다. 이제 정말 나는 친구가 없었다. 10년을 넘게 가까이 지낸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녀석들은 굉장히 차갑게 나를 몰아 댔고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 속에서 상처 입은 나는 완전히 녹다운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차 상태는 호전되었다.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설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 녀석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때라도 나를 해방시켜주었으니 말이다. 언제나 모든 일에 부정적이고 술만 마시고 게임만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됐다. 갑자기 혼자가 되고 나니 엄청난 시간이 생기게 됐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 나는 강해진다. 그리고 매일 성장하면서 산다. "

" 꾸준함은 위대한 것을 성취한다."


이 문장들을 매일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독려하고 있다.




자유를 얻다


친구가 없으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친구가 없다는 사회적 시선이 제일 무서웠다.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서 친구가 없는 게 아닐까라는 시선들 말이다. 나는 친구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못난이처럼 군것도 많았다. 마치 하인이나 부하처럼 말이다. 호의를 얻기 위해 나는 무작정 잘해주는 전략을 썼다. 이런 내 성향 때문에 녀석들이 나를 쉽게 본 거 같다.



친구가 없어지고 혼자가 됐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시간은 많아졌고 자유를 얻었다. 과거에는 친구들을 항상 고려했었다. 내 스케줄에 친구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사라지자 온전히 내 삶을 나 자신에게 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됐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도 가끔은 낯설다. 나는 500자도 못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브런치 작가까지 되어 1500~2000자가 넘는 글을 150개나 쌓았다. 이런 가능성이 나에게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만 하느라 시간을 정말 많이 낭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개탄스러울 정도이다.



나는 내 삶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더 이상 시선과 관계에 묶이지 않아도 됐다. 하고 싶은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있었다. 믿고 의지할 친구는 없지만 그만큼 더 강해지고 책임감이 생기게 됐다.




친구는 있다가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런 존재들이다


오래 알던 친구라고 해서 꼭 좋은 친구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함께 보낸 세월도 중요하겠지만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친구의 인성을 꼭 확인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친구는 있다가도 없고 다가도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 너무 집착할 필요도 소홀해할 필요도 없다.



친구 관계에서는 선을 지키는 적당함이 중요하다. 서로의 선을 잘 알고 지켜주는 친구가 오래간다. 존중이 없다면 선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선은 서로가 갑과 을이 아닐 때 지킨다. 갑과 을 관계는 친구가 아니다. 손익을 따지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다. 사실 갑과 을 관계인데 동등한 입장이라고 한쪽에서 착각하면 참사가 일어난다. 을쪽은 언젠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관계는 중요하다. 신중히 또 신중히 친구를 선택하자. 어른이 됐다면 이제 친구를 선택해야 된다. 고등학교 때 친했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는가? 전혀 아니다. 어릴 때는 학교가 전부였다. 만날 수 있는 친구는 한정적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지역이나 학연에 집착할 이유는 없어진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친구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인 요소 또한 아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인맥과 친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뭐가 먼저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제일 먼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먼저 능력과 실력을 쌓는 것이 필수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관계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위험이 있다.



외로울수록 성장한다. 자기 계발을 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벌고 열심히 자산을 쌓아나가야 할 시기이다. 특히 2030 세대들은 친구들에게 목숨 걸 필요가 없다. 스스로 성장하고 실력이 쌓인다면 당신을 원하는 친구들이 줄을 설 것이다. 당신과 함께 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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