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두 가지 모드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존재 모드와 소유 모드이다. 존재 모드로 살아가는 사람은 몇 안된다. 우리 대부분은 소유 모드로 살아간다. 존재 모드는 깨달음의 경지에 가깝다. 존재 모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를 느낀다. 또한 지구 만물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소유 모드는 마치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와 같다. 돈, 경제력, 학벌, 부동산, 자산 등 우리가 흔히 추구하고 가지려고 하는 아이템들을 소유하려고 한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며, 99%의 인류가 소유 모드로 살아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 모드가 '사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의 급이 있을까? 사람의 가치를 수치화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는 능력이 좋냐 나쁘냐에 따라 급을 나누기도 한다. 아니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높은 급으로 대우해준다. 또는 명예와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높은 급으로 쳐준다. 마치 사람의 가치가 눈에 보이는 등급이 있는 것처럼, 급수와 점수를 매기고 사람의 가치를 수치화한다.
서로 점수를 매기고 급을 나누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사랑 자체가 소외되는 이유는 이런 맥락 때문이다. 점수를 매기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사랑에는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저 사람이 돈이 많고, 능력이 좋다고 해서 사랑에 빠졌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능력과 돈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을 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어떤 일정 점수를 넘기면 합격하는 자격증 시험이 아니다. 당신의 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애초에 사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조건을 사랑할 수는 없다. 상대에게 완전히 몰입해 나를 잊는 경험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은 존재이다. 그 자체 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사랑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낸 추억과 시간이 사랑이다. 그 자체가 의미이며 사랑이다. 그 사랑에서 물질적인 탐욕과 소유욕이 끼어들 틈은 없다. 순수함 그 자체가 사랑이다.
당신이 사랑한 꽃은 저기 들판에 널린 꽃들과 다르다. 당신은 들 판에서 마음에 드는 꽃을 선택해 물을 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당신의 정성과 시간을 내어주었다. 그래서 당신의 정성이 들어간 그 꽃은 의미가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어느 꽃들과 똑같이 보여도 똑같지 않다. 다른 꽃들보다 초라해 보여도 그 꽃은 당신만의 꽃이다.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그 꽃을 지키고 가꾸며 시간을 보낼 동안 사랑은 만들어지고 쌓인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은 깊어진다. 그 깊어진 의미와 사랑 때문에 그 꽃은 더 이상 흔하게 널린 들 꽃이 아니게 된다. 바로 당신만의 꽃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랑의 원리이며 선조시대부터 이어져 온 사랑의 방식이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진정한 사랑을 잊어먹었다.
그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깐깐하게 따질 뿐이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그저 나의 욕구를 채우는 것이 전부인가? 정말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행위는 전부 사라진 것이다.
결론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사랑이 하고 싶다면, 먼저 내어주면 된다. 자신의 기쁨과 관심, 그리고 시간을 주어라.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관심을 주고 상대를 풍요롭게 한다면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부자이다. 줄 것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부자인 것이다.
가진 게 아무리 많아도 내어주지 않는 사람은 가난한 자이다. 부자는 많이 내어주고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런데 본인 또한 사랑하지 못한다. 남에게 인색한 사람은 스스로를 혐오한다. 그래서 사랑을 줄지도 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궁핍해진다.
원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면, 조건보다는 관심을 주고 싶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까다롭게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면 역설적이게도 사랑과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이는 행복하게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사랑은 서로를 채워주는 행위이다. 이기적인 마음이 낄 틈은 없다. 이상적이고 성숙한 사랑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관심과 애정을 주는 것이다. 다만 그런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숙한 사람은 제대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며, 사랑도 받을 줄 아는 사람이다. 겸손하며 친절한 사람이야 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존경받고 사랑받고 싶다고 돈과 명예를 좇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들은 페라리를 탄 사람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단지 페라리를 부러워할 뿐이다. 그 자동차에서 내려도 아무도 그 사람을 존경하지 않는다. 그저 페라리를 부러워할 뿐이다.
사랑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당신이 먼저 관심과 사랑을 내어주고 상대가 마음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자. 상대가 마음을 열어준다면 기꺼이 사랑하면 된다. 사랑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당신의 세계가 파괴되고, 새롭게 창조되는 경험을 한다. 무심코 지나가던 길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다. 당신의 평범했던 일상이 아름다움으로 채워지는 기적이 바로 사랑이다.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
- 에리히 프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