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토닥 Sep 30. 2022

예민한 남자가 살아남는 법

예민함에서 섬세함으로

예민함은 부정적인 뜻으로 자주 쓰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예민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애써도 예민함을 완전히 억누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큰 의지력을 써서 예민함을 봉인해두었다 해도, 참을 수 없는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는 어김없이 예민함이 불쑥 튀어나왔다.



특히 한국에서는 예민한 남자는 더 배척당한다. 비교적 자유롭다는 서양에서도 예민한 남자는 이해받지 못하는데, 유교와 단체 문화가 특히 발달한 한국은 어떻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당한 일을 강요받을 때 항상 'No'를 외치곤 했다.




수련회에서

나는 혼자서 No를 외쳤다


초등학교 때 수련회를 간 적이 있다. 그 시절 조교들은 스무 살이 갓 된 풋내기들이었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무서운 존재였다. 나는 아이들이 조교들에게 점차 조련되고 있을 때, 혼자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 저 사람들은 얼마나 받고, 이 시골까지 와서 저런 일을 할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조교일은 딱히 재밌어 보이지 않았다. 말을 듣지도 않는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조교들은 항상 화가 나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런 이유 없이 벌을 주곤 했다. 나는 눈에 띄지 않게,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지옥 같은 2박 3일 과정이 끝나고 집에 갈 무렵, 조교들은 갑자기 착해졌다.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미소를 띠며 행동했다. 아마도 조교일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기뻤으리라. 그런데 반에서 가장 우두머리 남자아이가 조교에게 선물을 해주자며, 선동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우두머리 남자아이는 갑자기 착하게 변한 조교가 썩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우두머리 아이를 중심으로 아이들은 찬동하며, 주섬주섬 용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서 싫다고 말했다. 그리고 꽤나 반에서 미움을 받았다. 그 조교들은 다시 안 볼 사이였고, 그렇게 인성이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2박 3일 수련회 과정이 즐거웠다면, 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그 수련회는 끔찍했다. 맛없는 식사, 더러운 숙소, 냄새나는 이불,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한 방에 욱여넣는 기행, 밤마다 순찰을 돌며 소리를 지르던 조교들, 전부 쓰레기 같았다. 나는 굳이 안 해도 되는 경험에 부모님이 돈을 냈다는 것도 억울했다. 그리고 이 섞어빠진 곳에 내 소중한 용돈을 지출할 생각 또한 없었다.





예민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


안타깝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예민함은 저주 같은 성향이다. 예민함은 보편적으로 여성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예민한 여성은 사회가 어느 정도 용인해준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민한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 있다. " 너 그런 성격으로 사회생활할 수 있겠니?"였다. 맞는 말이다.


나는 이런 성격을 타고났고, 솔직히 사회생활에 적합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행이게도 요즘은 예민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예민한 사람들이 혼자서 고립되어 생활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연결될 수 있다.


MBTI라는 심리 검사도 예민한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I와 N성향에 예민한 사람들이 대부분 분포되어 있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예민한 사람을 이해해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탄생한 것이다. 또한 들의 감성 지능과 공감 능력이 과거에 비해 대폭 상승되었다. 이는 예민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 된다.


과거에는 식당이나 버스에서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버리고 갔다.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침을 뱉고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만약 과거처럼 자신의 터프함을 드러낸다면, 바로 경찰서로 연행될 것이다. 한국은 선진화를 통해 예민한 사람들도 살기 좋은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예민한 남자에게는 좋은 소식인 것이다.




예민한 남자가

살아남는 법


예민한 남자는 웬만하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뜻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의지력을 사용해야 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여야 한다. 예민한 남자는 강해지는 것이 좋다. 아니 강해져야만 한다. 강함에는 신체 피지컬도 있지만, 정신적인 성숙도도 포함된다. 보디빌더처럼 커다란 근육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몸 자체가 탄탄해야 된다. 그리고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된다. 예민한 남자는 또래 친구들처럼 술을 마시고, 놀러 다니다간 낭패를 본다는 말이다.



당신이 만약 예민한 성향의 남자라면, 비슷한 나이 때 남자들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당신은 그들을 쫓아갈 수가 없다. 보통의 남자들은 무던하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폭이 넓다. 하지만 예민한 남자는 그러지 못하다. 직업 선택폭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성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취직이나 창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뜻이다.



예민한 남자는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무기 삼을 수 있는 환경에서 경쟁해야 된다. 예민함을 섬세함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예민한 남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 또래 남자들과 예민한 당신이
그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




당신이 예민한 남자라면,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길은 당신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그 길을 빨리 찾을수록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은 우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