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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Aug 01. 2020

글쓰기, 나로 사는 법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알코올 중독, 고등학교 자퇴, 임신중절 수술의 경험.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는 용기. 여성으로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꺼내지 못했던 어두운 경험. 이렇게 뼛속 깊은 상처를 써도 되나 싶다. 바로 작가가 독자와 자기의 목소리를 내보라고 나의 삶의 덩어리를 토해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 공감이 간다. 바로 작가와 독자가 글을 통해 만나는 방식이라서 말이지요. 이 책은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로 사는 법에 관한 책이다.


글쓰기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시사하는 부분도 있다. 가정 폭력에 관한 글 다음으로 작가의 삼촌에 관한 글을 쓰며 부끄러웠던 경험을 말하는 부분이다. 삼촌은 가난하지만 선하다. 적당한 결말을 위해 삼촌에게 연민에 가까운 '동정심'의 감정으로 글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선하다고 그럴싸하게 썼던 것.. 작가는 "낡은 고정관념 중에 가장 익숙하고 위험한 과정은 '동정심''(212쪽)이라고 한다. 쉬운 동정이나 연민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질문을 던지는 것. 그것이 분노인지 성찰인지.

어떤 글쓰기 관련 책은 독자에게 환상을 심어준다.' 글을 써서 작가가 되면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글쓰기 강좌'를 하면서 수입을 많이 올릴 것이라고. 하지만 최승은 작가는 '집필 노동자의 삶'의 고충이 저에게는 더 현실적으로 들렸다. 강의료 8만 원. 원고지 25매의 분량의 고료로 받은 10만 원.

'작가는 쓴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 명사라고 한다.'(179쪽)

'글쓰기는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맑은 길을 가로지르는 과정이 아니라 뿌옇게 흐린 길을 더듬으며 내 위치와 감정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213쪽)


내가 생각하는 잘 읽는 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 누구의 글을 읽을지 선택하기 (..) 서로를 돌보며 사회의 기준에 질문하는 글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241쪽) 둘, 어떻게 글을 읽을 것인가. 글을 읽자마자 '그래서 결론은? 요지는? 하고 싶은 말은? 같은 판단이 아닌 행간에 스며든 망설임과 고민과 침묵을 예리하게 파악하는 일.(242쪽)


소용돌이에 휘청거리는 사람에게 감정을 배제하고 쓰라는 말은 쉬워서 잔인하다. 문장에 감정이 뒤섞일 때는 강박적으로 거리를 두기보단 쏟아지는 글을 가만히 풀어내며 감정 역시 풀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나았다. (최선을 쓰는 중입니다: 문체와 감정에 관하여 중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진 글은 위험하지만,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기 뽕'보다 과한 '자기부정'이 글쓰기에 더 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는 어릴 때부터 자기 부정과 자기혐오를 배우니까. (글과 삶을 위탁하지 않기 : 내 서사의 편집권을 지킬 것 중에서)


작가가 말하는 '나의 비밀 레시피'부분도 신선했다. 음식에 맞는 양념이 있듯 써야 하는 글에 따라 레시피가 따로 있다고 하니 좋은 방법인듯합다. 작가의 글이 무거워질 때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을 때는 이슬아, 황부농, 올리버 색스의 수필집. 경험을 경유해서 사회에 질문할 때면 은유, 최현숙, 김원영 작가의 글. 습관처럼 입에 붙은 문장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문학을 읽는다는 것. '누군가의 글에 빚지면서 글을 쓰겠지.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 서로에게 기대어.'(253쪽)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 아닐까?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하니까 말이다.

납작하고 평평하게만 살지 않고 내가 조금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간에 스며든 작가의 망설임과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글을 쓰는 것,  나 자신도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이다.


<추천>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알아가고 싶을 때



<블로그의 독후감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을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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