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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마스테 Jun 23. 2020

코로나 일상과 독서


변화


 사료업계에 종사하시는 아버지는 그동안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로 위기를 겪으시다가 작년에 번진 ‘아프리카 돼지 열병’ 확산으로 결국 평생 하신일을 접으셔야 했다. 수입이 줄거나 없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서비스직이나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전업주부이지만 주변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강제 휴가를 맞았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게 되자 불안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티핑포인트 (Tipping point)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 19는 분명 티핑 포인트가 분명했다. 2000년대 이후에 세계적인 신종 전염병이 더 자주 나타났다. 미국 <수의학 저널>(2019.6)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들은 거의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그중 70% 정도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접촉은 제한적이었는데 그동안 인류는 생태계를 파괴했던 것은 큰 영향을 미친 듯 임에는 분명하다. 전염병이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현상은 참 많은 사람들의 희생시켰고  불안하게 했다.  





학교와 온라인 수업


학교 수업은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집단생활이다. 아이들이 겨울방학부터 학교를 가지 않았다.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6개월 만에 각각 5월 말, 6월 초부터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은 4월부터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화상회의 솔루션 ‘zoom’을 서비스하는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zoom video communication)을 이용해서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학부모,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은 새롭고 큰 변화 앞에서 적응해야 했다.



첫째는 온라인 수업을 해도 집중도가 높았다. 주의력이 부족한 둘째는 그렇지 못해서 내가 옆에서 ‘감시’와 ‘통제’를 하다 말 다를 반복했다. 집에서 수업하다 보니 미술, 과학도 선생님의 지도하에 수업을 하고 체육 수업도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과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로 이루어졌다. 숙제도 사진을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선생님은 댓글과 다음날 수업에 소통한다. 스크린을 통해서 이지만 아이컨택하면서 수업을 하니 다행이다.

독일, 스웨덴은 홈스쿨이 불법이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홈스쿨이 합법인 나라도 있다. 홈스쿨링은 앞으로 계속 닥칠 전염병으로부터의 자유로울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누구나 같은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학교 수업 시스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수업방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무크 (MOOK)’는 누구나 수강인원이나 장소에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좌이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교육부는 2020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MOOK) 기본계획을 19일 발표했다. K-무크는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우수 강좌를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다. (..) K-무크 강좌는 홈페이지 (www.kmook.kr)에서 회원가입 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교육부, AI 등 온라인 무료 대학 강좌 올해 900개로 확대, 연합뉴스, 2020년 2월 19일) 코로나 19는 분명 위기이지만 교육에서 만큼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관계스트레스


나는 예민하고 수줍음이 많고 남들 앞에서 나서기를 싫어하는 편이다. 친구가 많지 않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목을 받고 친화력이 강한 외향적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가끔 동네 카페에 가면 말을 걸어주시고 관심을 많이 주시는 사장님께 감사하지만 피곤한 순간이 찾아왔다.  ‘타다’와 ‘우버 블랙’ 같은 택시 회사는 상대적으로 기사분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침묵’도 서비스가 되는 세상이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제기한 ‘인격 유형설’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은 내면세계의 생각과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의 삶과 행동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피로감이 폭발하는 편이다. 경쟁사회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목받지만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도 장점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고 방해나 간섭이 없을 때 그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것을 말이다.



자발적인 고립과 독서


친구가 없고 대인관계에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 부정적인 혼밥 문화가 나를 포함한 일상적인 문화가 되었다.  혼밥은 자발적이며 생산적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점은 나에게 올해부터다. 2020년 목표로 ‘200권 책 읽기’를 목표로 삼았다. 고립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알라딘에서 중고서적을 주문하고도 하고 Yes 24에서 새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도서관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밀리의 서재’와 ‘Yes 24’ 같은 전자책 콘텐츠를 처음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더 적극적을 활용한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답답하고 허기를 느끼는 일상에 ‘도피처’의 역할도 해 주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는 그리고 견뎌야 할 때는 책을 붙잡았다.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의 글배우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누가 뭐라고 하든 묵묵히 나의 길을 계속 가는 것 묵묵히 자신의 길을 계속 가는 사람은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낸다’


고립된 일상은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견덩어리였는지를 자각하기도 했고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책에서 작가의 담론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고 삶의 밑줄을 긋고 힌트가 될만한 책을 많이 만났다. 문장들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 일상으로 많은 분들이 지치고 힘들어 한다. 변화된 일상에서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되지 않을 때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다. 코로나가 위기가 아닌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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