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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Aug 25. 2016

손톱 밑 때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의 조우

손톱을 깎다 말고 손톱 밑 냄새를 맡는다. 이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멋쩍어지지만 퀘퀘한 냄새에 중독되는 듯 다시 한번 킁킁 대고 있다.

우리는 감춰진 것들과 대면할 때 머쓱함을 느끼지만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머쓱함이란 부끄러움과도 통한다. 저기 속에 숨어있어야만 할 것 같은 것들이 민낯으로 드러났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다.

밥도 먹고, 화장품도 바르고, 글도 쓰는 손가락 아래 냄새는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진실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고개를 돌렸지만 곁눈으로 보이는 것처럼 내가 존재하기 위해 손가락이 했던 수많은 어려움들이 다가온다. 글을 쓸 때도 골프채를 잡고 휘두를 때도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연필을 잡을에도 손가락은 부지런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몹시 당연하게 여기는 그것들을 하나의 실패도 없도록 해내기 위해 손가락은 분주히 움직였다 손톱 밑 냄새는 그런 노력의 부산물이다.


감춰진 것들은 대개 상상력이라는 매개를 통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거나 무관심에 의해 실제보다 축소되어 있다. 즉 마주한 실체는 내 생각 속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한참 다른 모습이다. 손톱 밑 냄새는 후자에 가깝다. 잘 몰랐던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 것도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요상한 것이 나와 아주 가까이 함께 해왔다면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민낯으로 대중 앞에 선 것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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