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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Dec 01. 2016

전력질주의 한계

우사인볼트는 이봉주를 이길수 없어요

일을 시작할때 대게 '별거 아니네, 금방 되겠다' 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일종의 조급증이다. 사람들이 세달정도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까짓것 열심히 하면 한달만 고생하면 되겠구만' 한다. 재빨리 해치워서 결과를 보고싶다.


자랑을 하려니 콧등 어디쯤이 간지럽지만 나는 다른사람들 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 학교다닐때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 웬만 한 시험은 별 준비나 그런 것 없이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짧게 일정을 잡고도 큰 어려움없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여기에 빨리 결과를 보고싶은 선천적으로 급한 성격이 더해져 조급증은 점점 심해졌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런방식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JLPT 3급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위에선 그정도 하려면 1년은 꼬박걸린다고 했다. 학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노력해야지 담박에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듣고 싶지 않았다. 양쪽 귀를 닫아버렸다. 평소 버릇데로 '3급 정도는 퇴근하고 짬짬이 책만 들여다보면 반년이면 되겠다' 하고 결정해버렸다. 그러나 1년여가 다되가는 지금도 여전히 일본어 정복은 요원하다.


마라톤 경기를 100미터 달리기에 임하는 자세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단거리 경기였다. 한학기동안 배운범위에서 시험을 보고 또 그다음 범위를 배우고 시험을 보는 시스템이다. 반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마라톤이다. 단기에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 빨리 달려버리면 오히려 후반부에는 지쳐서 낙오될 가능성이 높다.


마라톤 참가자가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법을 배워서는 승산이 없다. 100m까지는 1등이었던 마라토너는 패배자이다. 42.195km를 꾸준하게 뛰어 마지막 결승선에 1등으로 도착해야 한다. 


전력질주는 잠깐만 가능하다. 장거리 마라톤은 이봉주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뛰어야 한다. 그래야 승부수를 던져야 할때 우사인볼트처럼 온몸에 힘을 끌어모아 치고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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