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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ehyun Kim Jul 07. 2017

누가 시골 풍경을 정의하는가?

시골 사람들은 마천루에 살면 안되나요?

얼마전 모임에서 작은 논쟁이 있었다.  


지인 중 한명이 시골에 생긴 높은 고층 아파트를 보고 있으면 시골 같지 않아서 싫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또다른 지인도 맞장구를 치며 높은 아파트는 시골의 평화로운 논밭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다며 거들었다.


땡볕에서 구슬땀을 흘려 일하고 아파트로 돌아온 농부가 에어컨 켜고 이태리산 소파에 앉아 쉬는 모습은 낯설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자외선 차단기능과 보습 기능까지 탁월한 고급 화장품을 사는 여인이 저녁에는 고추밭에서 잘익은 고추를 따는 농부일 것으 상상하기는 어렵다.


시골 풍경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상상하는 시골 집은 허름하고 낡고 흙먼지가 날린다. 마당 한켠에는 종을 알 수 없는 개가 목줄을 맨채 힘없이 늘어져 있다. 뭔가 허술해 보이는 그 모습은 후한 인심과 정겨움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집은 겨울에차가운 물로 세수해야 하고, 외풍 때문에 두터운 이불을 겹겹히 덮어야 겨우 잠들 수 있는 곳이다. 여름에는 덥고, 습해서 연신 부채질을 해도 땀으로 끈적거린다. 파리나 모기같은 해충이 들끓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황토로 지어진 한옥이라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연컨데 한번도 그런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시골사람들도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싶다. 차갑고 뽀송뽀송한 에어콘 바람을 느끼면서 폭신한 쇼파에 앉아 티비 보고 싶다. 그러려면 아파트는 필수다. 아파트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건축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만큼의 공간, 열효율, 보안의 혜택을 누리려면 매우 높은 비용이 든다. 도심지가 아닌 시골에도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은 시골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폭력이다. 도시에 사는 어느 누구도 시골사람들을 '시골다운 풍경'이라는 정형화된 틀속에 갖출 권한이 없다. 시골다움의 기억은 인류 역사의 한조각으로 박물관 또는 기념관에 잘 기록해두면 그만이다.


아파트와 편의시설이 조화된 농촌이 보편화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농촌 거주 인구의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이란 근로소득 뿐만아니라 정부 지원과 같은 이전소득도 포함한다.


꼭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주장 대신, 농촌에서도 열심히 일해 충분한 소득을 얻고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언제든 쓸 수 있는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돕는 선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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