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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 48시간의 법칙

내 상처 때문에 남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한 인고의 시간

by 서이담
ryan-franco-XECZHb6NoFo-unsplash.jpg 화난 거 맞지? 너무 귀엽다 ㅎㅎ Photo by Ryan Franco on Unsplash

이제 직장생활 7년 차에 접어들어서인지 어떤 사람이 화를 낼 때 그게 정말 그 사람이 잘못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거나 불편함을 표시하면 그게 그렇게 쫄렸다. 꼭 다 내 잘못인 것처럼. 물론 지금도 쫄린다. 그렇지만 지금은 쫄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저 사람 왜 저래?' 정도로 그 사람 탓을 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의 배경이나 히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면 더 정확히 알게 된다. '저 사람이 저런 부분에 있어 굉장히 예민하구나. 그래서 과민 반응을 하는 거구나.'


같은 프레임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탓보다는 남 탓을 많이 하고는 했는데 최근에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반복적으로 같은 문제에 대해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일을 끙끙거리며 힘들어한다는 건 내 과거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비슷한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됐다.


최근 "태도의 말들"이라는 책을 봤다. 거기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48시간 법칙을 만들었다. 순간 기분이 상하더라도 일단 참고 본다.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황당한 말을 들어도 우선 좀 참는다. 메일을 쓰다가 전송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의 이 기분 나쁨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나은가 따져 본다. 24시간이 지나고도 마음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면, 또 24시간을 참는다. 이틀이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때가 많다. (...) 세상은 자꾸 "참지 마, 이야기해, 솔직해져"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말하지 않고 참으면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나도 이제 회사에서 연차가 좀 쌓였는데 화가 난다고 화를 마구 표출해 낼 수는 없었다. 바로 화를 내기보단 조금 참고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저자의 조언대로 한 번 해봤다.


24시간을 생각해봤다. 내가 왜 이렇게 남의 말을 인정을 못 할까? 왜 이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꼴 보기가 싫을까? 계속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결론이 났다. 나는 승부욕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어릴 적 결핍된 것을 드러내기 싫어 승부욕을 키워 결핍을 가려 왔다. 사회생활은 이기고 지는 걸로 모든 것이 결론이 날 수가 없다. 가끔은 지는 게 이기기도 하는 게 단체생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기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니 별거 아닌 걸로도 화가 나고 섭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4시간을 더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48시간 동안 참았더니 남들을 탓할 것도 없다. 서운했던 것도 모두 나의 상처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서운함과 화남을 이야기했다면 타인에게 상처를 줬을 것이다. 그동안 참고 생각한 나 자신이 대견하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읽었던 책에게 새삼 고마워진다.


이렇게 또 레벨업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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