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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부리니까 정상

너무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by 서이담
eye-for-ebony-OWi1sIWiCAI-unsplash.jpg Photo by Eye for Ebony on Unsplash

'얘가 왜 이럴까 정말!'


네 살, 다섯 살 아이는 역시나 말을 안 듣는다. 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갈수록 자아가 세어지고 자신의 생각대로 하려고 한다. 왜 이렇게 떼를 쓸까, 왜 이렇게 말썽을 피우나. 혹시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어느 날 오은영 님의 "화해"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 이런 식으로 글이 써져 있었다. 자신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굉장히 어른스러운 아이였다고. 심지어 부모의 부모인 것처럼 구는 아이들인 경우도 많았다고. 그런데 그게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아이는 떼도 쓰고 말썽도 부리는 게 정상이라고, 그게 가장 아이다운 거라고 했다.


그 말의 취지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을 텐데, 나는 오히려 우리 아들이 '정상'이라는 데 안도를 했다. 우리 애가 정상이었구나. 다들 이 정도는 말썽을 부리는구나, 이 정도는 생떼를 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푹 놓였다.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가장 말을 잘 듣는 아이는 학대받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아이가 문제아이면 따끔한 훈육과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보통 수준의(?) 말썽을 부리는 아이라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자기주장을 마음껏 펴도 되고, 생떼를 써도 받아줄 어른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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