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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운 입맛

꼬릿한 양갈비

지글지글 착착 탓!

by 서이담
Photo by @nokchamini

양갈비 맛을 알게 된 것은 지금부터 2년 전 일이다.

남편이 회사 근처에 작고 괜찮은 식당이 있다면서 한 번 가보자고 했다. "마음 심(心)"이라는 상암동의 작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셰프 한 명, 서버 한 명 이렇게 단출하게 운영되는 곳이었다. 규모는 조금 작았지만 메뉴들이 다 옹골찼다. 내가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더 행복했을 그런 메뉴들로 채워져 있는 곳이었다. 아마 그날이 남편과 나의 결혼기념일이었던 것 같다. 난 사실 양고기를 잘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결혼기념일이기도 하고 또 새로 만난 가게이니 한 번 도전해보자 해서 제일 비싼 메뉴였던 양갈비 구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지글지글 철판에 큼직한 양갈비가 시즈닝 되어 나왔다.


우와! 이거 정말 맛있잖아!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계속 나이프로 고기를 썰고 입으로 포크를 갖다 대었다. 양갈비의 꼬릿한 향보다 훨씬 더 맛있는 육즙과 기름이 어우러진 맛이 났다. 향이 그리 익숙지는 않았지만 맛이 너무 좋아서 견딜만했다. 쌀국수의 맛을 처음 음미하게 되었던 그날처럼 나는 양고기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아주 화알짝! 그 후로부터 나는 양고기를 먹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느껴졌던 꼬릿한 냄새도 익숙해지니 오히려 맛있게만 느껴졌다. 특히 양고기는 기름이 좀 많은 편이기 때문에 고소하게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었다.


오늘은 미루고 미뤄왔던 "징기스칸 요리"를 맛보러 갔다.

사촌동생에게 "라무진"이라는 곳이 일본식 양고기 화로구이를 꽤나 잘한다고 전해 들었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아이랑 가는 고깃집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지 않았던 곳이기 때문에 미뤄 왔다가 이번에 아이가 잠깐 친정에 내려갔을 때 남편과 함께 이 식당엘 방문했다. 이 식당의 장점은 내가 직접 고기를 굽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서버가 직접 눈앞에서 화롯불에 양고기를 구워서 따뜻하게 한 점 한 점씩 내어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금액(인당 3만 원 수준)을 내야 하긴 했지만 호사스러운 기분과 함께 맛있는 양고기를 먹어볼 수 있었다.


서버가 내어준 양고기를 한 입 씹는 순간, 육즙이 흘러나왔다. 음~이 맛이야. 이 감칠맛과 더불어 배어 나오는 진한 양기름의 향! 역시 맛있었다. 그리고 양갈비 살점을 다 발라 먹고 나서 양갈비를 먹기 좋게 손질해 휴지로 손잡이까지 만들어 전해주었다. 윽.. 이건 감동이잖아! 역시 고기는 뜯는 맛이지 하면서 맛있게 갈비를 뜯었다.


다음은 프렌치 랙이라는 부위였는데, 이 부위가 전에 먹었던 양갈비보다 기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살코기는 먼저 익혀주고 기름이 많이 있는 부위는 바짝 익혀서 나중에 내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게 진짜구나. 양고기에 붙어있던 기름이 스르륵 녹고 살짝 바삭하게 타서 느껴지는 맛은 한층 더 깊어졌다. 역시, 이 맛이야!


기름기가 많아 호사스러운 양고기의 맛! 이 맛을 배워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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