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믿음
이제 날이 많이 선선해졌다. 남편과 나는 결혼 후 산책을 즐겼는데 아이가 조금 큰 요즘도 이런 산책을 종종 하곤 한다. 요즘은 날이 선선해져서 조금 더 산책 의지를 불태운다. 아이도 나가기까지 좀 시간이 걸리곤 하지만 나가서는 벌레 구경에 풀 구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어제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 손을 턱 잡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는 자석이 쇠붙이를 당기듯 손을 내밀고 손을 잡았다. 서로 약속 같은 건 당연히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에게 아주 기본적이고 사소한 일이었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나도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살았던 적이 있던가? 손을 내밀면 잡아줄 것이라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이런 믿음을 가진 적이 있었나? 아니 이런 믿음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당연했던 믿음이 좌절과 실망을 맛보며 점차 없어진 것은 아닐까?
상처 받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민 손을 자연스레 잡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한 자락쯤은 가진 어른이 되어야겠다. 조금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