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
휴가 때 마당에 나무가 예쁘게 심겨 있는 펜션을 예약했다. 조금 허술하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방도 두 개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어서 흔쾌히 예약을 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기분이 좋았다. 너무나 정겨운 모습의 숙소였고 또 집 앞마당에 탐스러운 과일이 잘 달려있는 귤나무며 감나무도 있었고 그 앞에 나무로 된 의자와 테이블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지, 내가 원했던 거.
하지만 이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방이 풀로 에워싸서 그랬던 건지, 집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집안에 벌레가 있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가끔 벌레를 보고 잡아봤던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좀 힘들었다. 펜션 주인도 그걸 알았는지 집 안에 모기약, 바퀴벌레약이 많았다. 우선은 모기약을 집안 곳곳에 뿌려두고 여행지로 향했다.
여행 후에 집에 돌아오니 벌레 사체가 있었다. 심지어 손가락 두 마디만큼 큰 벌레였다. 그 벌레를 보고 나니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난 것 같았다.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깨끗하게 관리를 하면 좀 덜했겠지만 그래도 전원주택을 살면서 보는 흔한 일이었다. 사실 아이가 뛰어다니고 싶어 하지만 집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뛰질 못해서 아이 때문이라도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는데 이번 일로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내가 정말 이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마당 있는 집을 좋아하는 게 맞나?
세상에는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 많은 것 같다. 야속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