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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시작

가족이 함께하는 그 순간

by 서이담
211026.jpg 그림: 서이담
저녁이 있는 삶


직장인들은 대부분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그 "저녁" 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6시 이후의 시간 정도라고 정의하면 될까?


남편이 부쩍 야근이 잦다. 회사에서 기일을 정해두고 하는 일이 있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아니 그 시간이 지나서야 저녁도 먹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에게 밥을 차려주고 아이와 조금 놀아주다 보니 벌써 11시다. 씻고 누워야 할 시간이다. 씻고 나와 집안일을 조금 하고 텔레비전을 켰다. 곧 12시다. 그런데 체감적으로는 한 저녁 9시가 된 듯한 느낌이다. 퇴근한 지 1시간 정도가 된 것 같은 프레시한 느낌이랄까?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왜 12시인데 9시 정도의 느낌을 가졌는지. 어렴풋이 알았다. 남편의 퇴근 시간이 9시 정도였으니 평소 때 같았으면 퇴근한 뒤 3시간 정도를 같이 보냈을 시간이다. 즉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지만 남편과 아이와 내가 완전체가 된 지 겨우 3시간이 되어서 아직 시간이 이른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것이다.


나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란 곧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었다. 저녁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의미가 아니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양질의 시간, 그게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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