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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12. 2022

삼일 동안 건강을 잃어봤다

불안했던 내 3일의 기억

2022년 1월 8일, 토요일


따끔. 따끔. 따끔.


갑자기 배꼽 옆이 따끔거렸다. 가끔 몸 이곳저곳이 이상한 통증이 느껴진 적은 있었기에 별 일 아니겠거니 했다.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준비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 배꼽 주변이 자꾸 따끔거려."


"그래? 가끔 그런 적 있잖아. 별 일 아니겠지."


"응~그렇겠지?"


이렇게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고는 어제 싸 둔 짐을 들고 여행지로 떠났다. 따끔따끔하는 느낌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신경을 쓰니 오히려 더 아파오는 것 같기도 했다. 여행지에 가서 즐겁게 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도 계속 아픈 부위가 생각이 났다. 휴대폰으로 '상복부 통증', '복부 따끔거림' 등등을 검색해보니 이런저런 병명들이 나왔다. 신장이나 간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번 건강검진 때 간 수치가 그리 좋게 나오지 않았던 터라 혹시 간염이 생겼나. 간염이 생기면 회사는 어떡하나. 수술해야 하나 등등 생각이 멀리까지 미쳤다.


그러던 중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증상을 설명하니 엄마도 조금 염려가 된 모양이었다. 어떤 부위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등등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전화가 이어졌다. 곧이어 아빠도 전화가 왔다. 아빠 본인도 콩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던지라 더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내게 별 일 아닐 거라고,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 번 받아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2022년 1월 9일, 일요일


다음 날이 되었고 따끔거림은 계속 있었다. 왠지 모르게 따끔거리는 간격이 더 짧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거의 1분에 한 번 꼴로 아파온달까. 병명을 인터넷과 아빠 엄마 입으로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집 근처에 365일 하는 병원에 부리나케 찾아가 진찰을 받았다. 증상을 한참 설명하고 건강검진 결과서까지 가지고 갔는데 의사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내가 초음파라도 찍어보는 게 낫지 않겠냐고 채근했지만 의사는 이런 경우 아주 가벼운 증상부터 약을 써보고 낫는지를 보고 나서 다른 검사를 해 보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힘이 빠지면서 동시에 화도 났다. 너무나 대충 처방해준 위장약을 들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왔다.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직접 초음파로 몸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꿀꿀한 기분을 계속 가지고 있을 바에야 병원에 한 번 더 가보자 싶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가벼운 회의를 끝내고 근처에 초음파 시설이 있는 가정의학과를 찾았다. 어제 간 병원 의사가 퉁명스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후기도 꼼꼼히 읽어보고 친절하다고 소문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이번 의사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의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거절하지 못하게 말했다.


"초음파로 확인하고 싶어요."


"그러죠. 공복으로 오신 거 맞죠? 잠깐 밖에서 기다리세요."


5분 정도 지나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초음파실에 들어가 임신 초기 때처럼 배에 겔을 바르고는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이 몸 여기저기를 샅샅이 봐주시면서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는 듯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셨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몸에 석회들은 보였지만 아주 일반적인 것일 뿐 괜찮다고 했고, 지방간이 있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복부 초음파는 꼭 받아보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잃은 적은 없었으나 잃었던 건강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난 건강했다. 


밝혀진 병명은 근육통이었다. 


병명을 알고 몸 속까지 속속들이 살펴보고 나니 갑자기 통증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른 걱정하고 있던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다행이다!"


건강이 최고다. 잃었던 걸 찾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겠다.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어도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가장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오늘 또 한 번 알았다. 남편은 꾀병이 아니었냐고 놀리기도 했지만, 그게 뭐 대수랴. 난 오늘 잃어버린 건강을 찾았는데!


건강해져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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