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회사 출근의 필수품

선배 너도 그랬구나

by 서이담
회사를 오래 잘 다니고 싶으면 큰 빚을 져라.


사회 초년생 때 누군가가 해주었던 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회사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기뻤던 때라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전셋집에서 살던 신혼시절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3년 만에 빚을 다 갚았을 때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아마 내 인생 최고의 기쁜 순간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남편과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같이 해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고, 이제 어떤 난관도 같이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우리는 작은 집을 계약하게 되었고, 전세빚을 갚았던 경험을 밑천 삼아 열심히 부채를 갚았다. 빚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나는 남편에게 호기롭게 산 차를 팔고 더 저렴한 중고차를 사자고 이야기를 했고, 차를 팔고 나온 차액으로 빚을 몽땅 갚았다. 이 때는 전세빚을 갚았을 때와는 기분이 썩 달랐다. 무리를 했기 때문일까 집을 온전히 소유하게 되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아끼던 차를 팔아서 그런지 약간의 슬픔과 허무함도 함께였다.


그 후 내게 찾아온 건 바로 회사 권태기였다. "아... 회사 꼭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회사에 조금 어려운 일이 생기면 "참아봐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져버린 것이다.


큰 빚을 져야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이 사실은 굉장히 슬픈 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큰 빚을 져서 내 힘으로는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 되어서 빚이 나를 등 떠밀어 회사를 다니게 한다는 것이었으리라. 그 외에는 회사를 다닐 즐거움이나 보람이 없어서 그랬으리라.


선배도 그랬겠구나. 이제는 모두 이해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년 전 면접봤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