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쫌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자존감은 참 왔다리 갔다리 변화무쌍하다.
자신만만하던 때는 어디로 가고 팀에서 몇 번의 의견 충돌과 의견이 받아지지 않은 일이 반복되자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감기처럼 퇴사 뽐뿌가 다시 왔다. 새벽에 여기저기 채용공고를 뒤적였다. 다음 날, 잠을 설치고 또 길어지는 회의와 논쟁 속에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전화기에 뜬 이름은 OOO상무. 익숙지는 않은 이름인데 상무라고 저장되어 있으니 일단 회의실을 나왔다.
"여보세요?"
"아~이담 씨! 안녕하세요. 저 예전에 연락했던 헤드헌터예요."
"오~ 네네 안녕하세요."
"연락한지 참 오랜만이네요!"
"네 그러네요. 그런데 무슨일로..."
"아~예전에 면접 봤었던 Y회사 있죠? 거기서 이담님을 다시 볼 수 없냐고 연락이 와서요."
"아 정말요? 기쁘네요!"
3년 전, 회사를 정말로 떠나고 싶던 어느 계절에 난 실제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한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았다. 그때 나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와 몇 번의 진급 누락을 겪었던 아주 힘들었던 때였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슬프게도 내 이력이나 경력이 이직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 헤드헌터가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주었고, 나는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헤드헌터의 첨삭을 받은 뒤 면접장에 나섰다.
면접은 의외로 수월했다. 내 생에 첫 경력직 면접이기도 했는데, 회사 실무진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걸 요청하지 않았다. 내가 중간 수준이라고 이력서에 표시해두었던 중국어를 면접에서 시켰는데 꽤 잘해서 반응이 괜찮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면접 후 곧바로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합격이라고 했다. 2차 면접에 참석할 거냐고 물어봤는데 고민 끝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이직을 하면 분명 불리한 조건으로 이직할 게 뻔하므로 회사에도 나에게도 불필요한 여지는 주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기억 속에 거의 잊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갑자기 자신감에 찼다. 내가 가장 못났다고 생각했던 그때 나를 면접했던 사람이 3년 후에도 나를 기억하고 찾는다면 나는 오히려 꽤 괜찮은 인재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예!
비록 조건이 맞지 않고 내가 원하는 지역이 아니어서 면접은 가보지 않기로 했지만, 어쨌든 여기 저기서 인정받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역시 퇴직 생각에는 이직 시도가 약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