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석운동, 피크닉엣더나무사이로
첫 투어로 결정한 곳은 판교 석운동에 자리잡고 있는 ‘피크닉앳더나무사이로’ 라는 까페다. 이 까페를 선택한 이유는 별건 없다. 지난 번 이 까페에 갔을 때 오후 5시 50분을 넘긴 시간이었는데 그 때 직원분께서 마감을 하는 시간이라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하셨다. 살짝 충격을 받았다. 아니 판교에 저녁 6시에 문을 닫는 까페가 있단 말인가! 완전 워라밸 직이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합니다.
오늘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네이버로 미리 영업시간을 확인했다. 다시 방문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곳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기 때문에 자연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아마 까페를 만들 때 이런 점을 고려해서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잡지 않았나 싶다. 매출로스도 있긴 하겠지만 시간과 공간, 그리고 희소성을 모두 고려한 나름의 전략이 돋보인다.
나무사이에 라는 까페를 네이버에 쳐 보면 이 곳 말고도 종로구에 본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02년부터 운영하였다고 하니 꽤나 업력이 있는 까페다. 여러 가지 후기를 보니 생두나 원두를 납품하는 곳으로도 이름이 나있다고 한다. 역시나 영업시간을 6시까지로 정한 베짱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로에 있는 까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종로에 계신 분들은 보통 점심시간에 까페를 이용하거나 퇴근 후에 이용하실 터이니(오전시간에도 이용하시겠지만 ㅎㅎ) 역시 전략적이구만. 까페가 위치한 곳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영업시간을 달리하는 거다.
모던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공간
다시 돌아와서 까페 이야기를 하자. 먼저 공간이다. 전면에서 보이면 층고가 매우 높아보여서 2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 곳은 단층으로 되어 있고, 지붕을 비스듬하게 만들었다. 지도상에서 보면 전면쪽이 남쪽인데, 일조량을 많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짓지 않았을까, 그리고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잘 흘러내리라고 지붕은 비스듬하게 만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안쪽은 깔끔한 크림색으로 전체 색상이 맞추어져 있다. 곳곳에 나무들이 있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초록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피크닉’이라는 컨셉에 맞게 이런 부분을 신경쓴 거 같아 보인다. 바깥의 자연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다.
또한 까페 내부도 나무자재를 많이 썼다. 나무자재의 색깔이 밝아 햇살이랑 잘 어우러진다. 창가 쪽에 있는 자리에는 컵 몇 개를 올려놓으면 꽉 차는 작은 테이블이 올려져 있는데, 얘도 맞춤제작을 하신 것 같다. 들어보니 꽤나 묵직하다. 이전에 왔을 때는 까페 뒷쪽 자리는 협소해보였는데 오늘 보니 테이블을 더 크게 만드셨다. 계속해서 정비하고 리뉴얼해나가는 느낌이다. 까페가 전반적으로 밝아 손님에게는 좋은 분위기를 제공하지만 청소하기는 좀 힘들어보인다. 3월 1일인 오늘은 직원분이 2명 계셨는데 계속 분주하게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계셨다. 청소도 중간중간 해야하고, 화장실도 체크하고 하려면 꽤나 빡센 일과가 되겠다. 까페 문을 들어오면 오른쪽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작은 개수대가 있다. 핸드워시가 꽤 고급스러워 보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꽤나 비쌌던 아이템인 것 같은데… 이런 소소한 것들이 까페의 고급스러움을 만드는 요소가 되나보다.
나 커피 전문점이에요
커피 전문점 답게 커피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지난 번 왔을 때와 메뉴판이 다르다. 메뉴판을 보니 종이 한 장을 테이블 위에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 때 그 때 커피 원두가 새로 나오면 메뉴판도 변경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은 제일 위에 있는 ‘게샤’라는 드립커피와 남편과 아이가 먹고 마실 초콜릿 음료와 과자를 주문했다. 가격은 싸지 않다. 커피를 향을 맡았다. 역시 좋다. 드립을 아주 잘 하는 분이 내리신 느낌이다. 맛도 좋다. 아주 진하고 뚜렷한 개성을 가졌다. 다만 내가 신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다 먹지는 못했다. ‘게샤’라는 커피는 신 맛을 좋아하고 과일향 나는 커피를 즐기시는 분이 드시면 딱 좋을 거 같다.
카페 한 쪽에서는 커피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코너가 있다. 원두도 판매중이다. 여기서 판매중인 다양한 커피들의 원산지와 맛, 향 등을 설명해놓았는데 커피 향을 맡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원두를 찾았다. 이 곳에서는 커피 원두 뿐 아니라 드립백, 콜드브루, 인스턴트 커피 등등 다양한 종류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판매한다. 실제로 내가 카페에 있을 때 커피를 마시려고 온 사람들보다 커피를 구매하려고 온 분들이 꽤 있었다. 이 곳 한 켠에는 사무실이 있는 것 같은데, 까페가 쉴 때에도 원두는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전문점이구만. 나는 내가 고른 원두로 만들어진 드립백 두 개를 샀다.
총평: 커피전문점에 낭만을 더하다
커피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커피를 다양하게 즐길 거리들을 갖추고 있으며, 종로점과 다르게 자연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에 맞추어 전반적인 컨셉을 구현하고, 그 컨셉 안에 영업시간까지 포함되어 있다. 초보까페사장으로서는 따라할 수 없어보이는 쩐의 흔적도 깊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컨셉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일관성을 가지고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배울점이 아주 많은 곳이었다.
첫 나들이 치고, 꽤 괜찮은 수확을 거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