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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y 27. 202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변화하는 30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사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제목이 인상 깊어서 가슴속에 두고두고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요즘의 내 마음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때는 분명 맞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틀리기도 하고, 그때는 틀리다고 생각되었던 일들이 지금은 맞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맞고 틀리다 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때는 맞던 것들이 지금은 틀리다.


20대 시절 나는 꽤나 딱딱한 사람이었다. 자기 주관이라는 것이 뚜렷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주관이 뚜렷했다기보단 융통성이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이나 일들에 대해서는 굵은 선을 그었고, 그 테두리 안에서 사는 걸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건 아마도 결혼 무렵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성격 탓인지 남편의 유들유들한 성격에 끌렸는데, 그는 내가 뭔가 기준에서 벗어나서 행동했을 때 굉장히 기뻐했던 것 같다. 부모님 그늘도 벗어났겠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남편과 이런저런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내 기준과 가치관 같은 건 있었고, 남들을 판단하는 마음도 꽤나 가득했던 것 같다.


그때는 틀렸던 것들이 지금은 맞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30대가 되고, 또 30대 중반이 되고 보니 예전에 내가 세웠던 기준이란 게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기준에 미치지 않아도 괜찮고,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또 재미도 있다. 실망스러운 일들이 기쁨으로 변하는 일도 있었고, 잘못 들었던 길에서 재미도 찾았다. 내 계획이 실패해도, 실패는 또 다른 경험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런 변화가 달갑다.


내가 좀 더 유연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서 이런 변화가 기쁘게 느껴진다. 물론 불쑥불쑥 내 기준에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튀어나오긴 한다. 고백하자면 어제저녁에도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을 마음에 담고 사는 이상 고집스러운 내 마음을 바꾸기를 계속 시도해볼 것이다. 사는 게 원래 다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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