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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y 18. 2022

누구의 여백에 눈길을 줄 것인가?

없던 여유가 생기는 순간

어른이 되고 나서 인정하기 싫은 내 모습을 만나곤 한다. 예전에는 애써 나를 미화시키며 그 사실을 부정하거나 쉽게 잊었는데 이제는 내 허물을 내가 똑똑히 보게 된다. 조금은 더 성숙해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작년 이맘때쯤에는 내 안의 욕심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보다 더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더 가져야 하는데, 더 누려야 하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 혼자 괴로웠고 혼자 슬펐다. 갑자기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이 미워지기도 했다. 근 1개월 간을 이 생각 때문에 괴로워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마음을 지금은 극복하고 살고 있다. 이 비결이 궁금하지 않은가?


더 가지려고 하면 되려 가난해진다. 내가 부족한 것에 집중하고 그걸 채우려 하면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이는 타인과 비교하게 된다. 그 비교는 내 공허함을 더욱 크게 부풀려 보여준다. 그러면 나는 더욱 가난해진다. 내 마음이 가장 먼저 가난해지고, 그다음에는 그 마음이 나 자신을 더 쪼그라들게 만들고, 마지막으로는 이걸 눈치챈 주위 사람들이 점점 떠나간다. 이런 사람을 보통 '인색하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나도 이렇게 될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쪼그라드는 그 시점에서 멈출 수 있었던 것 같다.


멈출 수 있었던 까닭은 이것이다. 내 부족함이 아닌 남들의 부족함에 눈을 돌린 것이다. 남들의 부족함에 눈을 돌리고, 더 나아가 내가 가진 것에서 조금만 떼어내어 타인의 빈 공간에 그것을 조금씩 채워 낼 때 역설적으로 내 빈 공간이 더욱 충만하게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돈만 이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시간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내가 가진 걸 남에게 베풀면 내 것이 줄어드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 내가 가진 작은 것으로도 남들을 이렇게나 채울 수 있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 개념이 자리 잡으면 적게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번, 두 번 반복하고 나면 나는 자연스레 부자의 마음이 된다. 넉넉하게 나의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실 아직까지 이 궁극의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원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훨씬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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