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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22. 2022

아들은 장발장

엄마가 더 당황한 듯

요즘 아이가 동네 친구를 하나 사귀었다. 나도 그 아이의 엄마와 친해져서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고 신나게 놀다가 아쉽게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 표정이 좀 불안해 보였다. 


'집에 가기 싫은가?'


그 정도를 생각하면서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 친구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 아이 손에서 뭔가를 뺏어가려고 했다.


"내 거 가져가지 마!"


알고 보니 신나게 놀았던 친구의 장난감이 좋아 보였 던 지 아이가 몰래 손에 그걸 쥐고 나온 것이다. 마음에 걸렸는지 표정은 불안했던 거다. 민망함에 내 얼굴이 굳어졌다. 다행히 친구 엄마가 대처를 잘해주었다.


"민준아 하루 빌려주자. 내일 또 놀 거잖아."


"싫어~ 내 거잖아."


"재민아 얼른 민준이 다시 줘. 친구 장난감은 친구 거잖아."


아들은 쭈뼛거리더니 장난감을 돌려주었다. 그런데 얼굴은 곧 울 것처럼 울상이 되었다. 큰 일은 아니었지만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얘가 왜 그랬을까. 속상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사실은 동네 사람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아이가 조금 부끄럽다는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혼을 내야 할까. 잘 타일러야 할까. 내 속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오갔다. 친구 집을 나선 후 멀찍이 더 가서 나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재민아. 아까 왜 그랬어?"


"나도 새로운 장난감이 가지고 싶어서 그랬어."


"그럼 엄마한테 새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야 하잖아. 민준이 거를 가져가 버리면 민준이가 많이 화나고 슬플 거야. 재민이도 민준이가 재민이 장난감을 말도 없이 가져가 버리면 어떨 것 같아?"


"화가 나."


"그렇지? 화가 나지? 그것처럼 민준이 장난감도 소중하니까 재민이가 잘 돌려줘야 해. 알았지?"


"응~"


아이는 아이였다. 아직 어리고 미숙한 아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크게 혼내기보다는 타일러서 알려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 큰일이 아니다. 마음을 먹으니 내 속도 편해졌다.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거다. 지금처럼 잘 알려주면 되는 거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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