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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30. 2022

훌쩍 다가온 전쟁

생각보다 더 가까운 먼 나라 이야기

"어 이게 뭐냐..."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한 달 전 설레는 마음으로 세웠던 노르웨이 여행 계획, 그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자해 결제한 비행기 티켓이 갑작스레 취소됐다. 무슨 일이지? 유가가 너무 올라서 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시킨 건가 하는 나름의 타당한 추측을 하고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유가가 아니었다. 그건 전쟁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서양 각 국에서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조치를 취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복 조치가 있을까 봐 러시아 상공을 유럽 각 지의 비행기가 날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럴 수가... 나름 야심 차게 세웠던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다니. 게다가 그 이유가 전쟁이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도 그랬다. 먼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가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큰 일들 말이다. 처음에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좌절했고, 공포스러웠지만 차츰 그 안에서 균형을 찾고 안정을 찾아가게 되었던 그 몇 년 간의 과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시대를 살면서 내가 전쟁을 목격하리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전쟁을 겪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또 한 걸음 내게 성큼 다가왔다. 처음에는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내가 산 비행기 티켓에 대한 이야기였고, 내 차 기름 값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거슬러 거슬러, 연결 연결해 가다 보면 그건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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