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역 분더 커피 바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에 뛰어놀고, 00년대에 공부하고 10년도에 취업을 한 나는 꽤나 자주 '끼인 세대'라는 느낌을 받는다. 걸쭉하게 소주 한 잔 걸친 아저씨들과도 같이 유행가를 흥얼거릴 수 있기도 하고, 90년 대생들의 개인주의자 선언에 슬쩍 발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것이 나의 정체성인 가도 싶다. 오늘 불손하게 소개해 볼 작은 가게는 바로 나와 같은 감성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역곡역에 오래된 시장 동네에 자리 잡은 아주 모던한 카페, '분더 커피 바'다.
분더 커피 바의 '분더'는 wunder라는 '놀랍다'라는 독일 말에서 나왔다. 커피 바(coffee bar)는 커피와 간단한 음식류를 파는 가게를 의미하는데, 이 가게의 유력 상품인 '다쿠아즈'를 염두에 두고 만든 가게 이름이 아닌가 싶다. 가게에 딱 들어가면 눈에 바로 보이는 메뉴판 옆에 다쿠아즈 샘플을 볼 수가 있다. 취향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종류가 상당히 많다. 포털 사이트에 보면 커피보다도 다쿠아즈에 대한 리뷰가 참 많다. 그만큼 힘주어 만든 메뉴다. 우리는 오레오 크림치즈 다쿠아즈를 맛보았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다른 것도 맛있을 것 같다. 가격은 3500원.
그래도 커피집에 왔으면 커피를 시켜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필터 커피 한 잔과 분더가토를 시켰다. 분더가토란 분더커피바+아포가토의 준말로 보이는데, 아이스크림이 큼지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맛을 보니 누가 먹더라도 호불호가 없는 맛이었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유명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인지라 커피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직전에 갔던 분당 커피 엣 더 나무 사이 로랑 비교했을 때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적절한 풍미가 잘 녹여진 좋은 커피 한 잔을 이곳에서 맛볼 수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손님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주문한 뒤 메뉴가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커피를 내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들어서 그렇다면 살짝 언급을 해주거나 안내문을 붙여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커피도 맛있고, 디저트도 맛있고 게다가 분위기도 좋은지라 어느 한 곳 흠잡을 데 없이 좋은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안에 이런 카페 하나 있으면, 그 동네 주민은 꼭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카페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