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풍경

언젠가는 추억이 되겠지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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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가 조금 안 된 시간, 남편이 침대를 나선다. 나와 아들이 깨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난 남편은 내가 일어날 때 즈음 씻으러 들어간다.


나는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 같은 옷을 입고 체중을 잰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자연스레 들어오게 된 내 루틴이다. 체중을 재고 전 날의 운동과 식단을 한 번 되돌아본 후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히 이를 닦는다. 그리고는 나와 영양제와 유산균을 챙겨 나도 먹고 남편도 먹인다.


남편은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날은 요거트에 견과류 정도를 더해서 심플한 아침을 차려 먹는다.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 밥은 먹이지 못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아이는 아직까지 자고 있다. 이제 나름 자유시간을 20분 정도 가진다.


이 시간에는 보통 성경 구절을 필사하곤 한다. 내가 매일 접하는 활자 중에 그래도 성경책을 하루 중 가장 먼저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침 일찍 성경 말씀을 필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거의 1년 넘게 이 루틴을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선물 받은 귀여운 만년필 뚜껑을 열고, 뚜껑을 왼손으로 꼭 쥐고는 오른손으로는 성경 구절을 조금 적어본다. 매일매일 조금씩만 적어서인지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런 시간이 좋다.


성경 말씀을 다 썼을 때쯤이면 8시다. 아이를 슬슬 깨워야 할 시간이다. 아이를 깨우기 전 빵이나 고구마를 살짝 덥혀서 우유나 음료수와 함께 식탁에 둔다. 아이는 역시나 한 번에 일어나는 법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게 유치원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못 가겠다." 이 한마디면 귀여운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졸린 눈을 부비적 뜬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 아주 느릿한 속도로 아침을 먹는다. 그래.. 내가 이 모습을 보려고 휴직을 했지 하는 마음이 든다. 이 시간이 느리면서도 참 빠르다. 아이는 배고프지 않은지 아침은 꼭 남긴다. 나도 요거트에 프로틴 두 스푼과 견과류를 넣고 기분이 좋을 때는 과일도 조금 썰어 넣어 아침을 먹는다. 오늘은 아이에게 바나나 반 개를 주고 나도 남은 바나나를 넣어서 먹었다. 바나나가 참 맛있었다.


자 이제 옷을 입을 차례다. 고맙게도 남편이 오늘은 코디를 해 놓고 출근을 해 주었다. 가지런히 놓인 옷과 속옷들을 가지고 아이와 카펫이 깔려있는 곳으로 옮겨간다. 아이는 제대로 서 있는 법이 없다.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헝크러뜨리기도 하고, 내게 안기기도 하면서 씨름하는 모양처럼 옷을 입는다. 잘 때 입었던 내복을 벗긴 뒤 양말, 바지, 위 속옷, 윗도리 순으로 옷을 입힌다. 다 입혀 놓으니 예쁜 어린이가 되었다.


여덟 시 삼십 분이 되면 이제 씻으러 가야 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아침에 아이 이를 닦아줄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치과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침에 치태가 많이 쌓이기 때문에 이는 꼭 닦아주어야 한다고 갈 때마다 말씀을 하셨지만 눈도 못 뜬 아이의 이를 닦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렇게 약간 썩은 이라도 닦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 너무 심각해지기 전에 이렇게 닦아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요즘에는 아이가 내가 이를 닦는 것을 보고 따라서 이를 닦는다. 그래서 작은 거울을 앞에 놔주고는 나는 아이 뒤쪽에서 입을 크게 벌려 아이가 잘 보이게끔 하고는 함께 이를 닦는다.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아이가 이를 닦는 시늉을 내고 내가 다시 칫솔을 잡고 이를 닦아준다. 아이가 '스스로'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에 함부로 끼어들면 안 된다. 아이가 모든 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내가 칫솔을 잡을 수 있다. 이를 다 닦으면 얼굴을 물로 한 번 씻겨준다. 그리고 로션을 조금 짜서 손에 발라준다. 그리고 스스로 로션을 얼굴과 손등에 바를 수 있도록 해준다. 겉옷을 입고 가방을 다 챙기면 끝이다.


이제 신발을 고를 차례다. 보통은 신기 좋은 바둑판무늬 슬립온을 신고 가곤 하는데 오늘은 빨간색 운동화를 신겠단다. 신발을 혼자 신을 동안 대기를 해주고, 마스크도 스스로 다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끈이 꼬여 어려워할 때는 살짝 도와준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밖으로 나간다. 물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도 절대 내가 해서는 안된다. '내가 할 거야' 병에 걸린 6살이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이를 뒷자리 카시트에 태우고는 안전벨트를 해 준다. 아이는 문을 닫고 엄마가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의 시간이 불안했는지 엄마가 빙 돌아서 앉으라고 말을 해준다. 안전벨트를 하고 문을 닫고는 빙 둘러 와서 운전석에 앉는다. 오늘은 일찍 준비를 마쳤다. 시간 여유가 있다. 천천히 아침 햇살을 맞으며 유치원으로 달린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이지만, 등원 시간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운전을 늘 조심해서 해야 한다. 학교 앞에 공터에 비상등을 켜고 잠깐 주차를 해 둔다. 아이를 내리고 차가 오는지 살핀 후 4미터 정도 되는 작은 도로를 건넌다. 그리고 아이 등에 가방을 메어 주고 등원 일지를 작성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작별 인사를 한다. 아이가 친구를 만나면 해맑은 웃음으로 들어가곤 하는데 오늘은 형님들만 나와 있다.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유치원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밝은 하늘이 쨍하다.


별 거 아닌 일상이지만 이렇게 한 번 쭉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장면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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