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계약을 세 시간 만에 파기했다

남의 눈으로 보니 더 소중한 우리 집

by 서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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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가장 먼저 보러 왔던 사람이 집을 계약한다고 연락이 왔다. 집을 내놓은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집이 잘 나가지 않는 때라고 부동산에서 주의도 주었는데 무슨 일이지?


바로 전세를 놓기로 가계약을 하고 가계약금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 가족이 들어가려고 알아봤던 집의 담당 부동산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며칠 만에 그쪽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집주인이 월세를 30만 원 정도 더 받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집이 지금 사는 집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집이었는데 말이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집주인이 욕심 사나운 사람들 같았고, 부동산과 짜고 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이 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골치 아픈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다른 갈만한 집들을 찾아보았다. 아이 학교 문제도 있고 하니 학교 근처로 알아보고 있는데 가격이 맞는 매물이 별로 없었다. 매물 근처에 있는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자리가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마음이 그렇게 편치 않았다. 집을 전세 주고 더 저렴한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원래 목적은 자금을 융통하고 교통이 좀 더 편한 곳에 살고자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옮기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게 맞는 걸까?


마음이 무거웠다. 우선 남편과 통화를 했다. 남편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얻는 것 없이 괜한 수고만 하게 될 것 같다고 우리는 함께 입을 모았다.


그래 다시 되돌아가자.


전세로 들어오려던 세입자 분께는 부동산을 통해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이사 들어가려고 하는 집이랑 어그러졌고, 다른 집을 찾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다행히 좋은 분들이셨는지 사정을 이해하시고는 가계약금만 다시 돌려받는 선에서 정리를 해주셨다. 우리는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조금 더 얹어서 송금을 해드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 눈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던 우리 집이 남의 눈으로 재평가되었을 때 다시 한번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치우고 정리했더니 집이 훨씬 넓어지고 깨끗해졌다. 이상하게 집에 더 애정이 갔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집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우리 집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집은 멋진 집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에는 뭔가 어깨가 으쓱해졌다.


너무나 당연해져서 빛이 바랜 것들이 있다. 하지만 가치를 잃은 건 아니다. 어쩌면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더 잘 봐줄 수 있다는 걸, 그래서 나조차도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한다는 걸 많은 시간을 들여 알게 되었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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