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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ug 03. 2022

1분씩 달린다

운동에서 배운다

100일간의 홈트레이닝 챌린지를 끝내고 여행을 다녀와서 나는 동네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홈트레이닝으로 운동의 흥미를 가진 덕분에 PT가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잘못 잡아왔던 자세를 교정하고 운동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다. 당연히 운동 강도도 더 세지고 말이다. 이제껏 5분 정도 몸을 풀어주고, 30분은 근력운동, 30분은 유산소 운동을 서킷으로 했었는데 트레이너가 내게 이런 미션을 주었다.


"적어도 20분간, 30분이면 더 좋고요. 꼭 러닝머신을 타세요. 1분은 6km/h, 1분은 9km/h 속도로 타셔야 해요."


근력운동은 할 만했다. 그런데 러닝머신을 6에서 9km로 맞추어 타는 순간 '헉!' 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힘들었던 거다.


(이걸 전문용어로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라고 하는데 고강도와 저강도를 번갈아가면서 운동을 하면서 열량을 더 효율적으로 태우는 운동이다. 1시간 설렁설렁 유산소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인터벌을 20분 뛰는 게 운동적으로는 더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30분을 채우겠다고 마음먹고 러닝머신에 올랐는데 헉헉거리는 내 몸을 보니 20분도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속도를 6으로 맞췄을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9로 올리면 "으악!" 하는 소리가 내 입 밖으로 그대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헉헉 숨소리와 내 무거운 발소리가 헬스장을 가득 채운 채 어찌어찌 20분을 채우고 내려왔다.


다행히 그다음 날도 20분을 무사히 수행했고, 그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나는 20분을 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주가 시작되는 날 나는 5분을 더 추가해 25분을 뛰기로 했다.


'우와 너무 힘든데 어쩌지?'


시작할 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아무래도 근력운동 끝에 유산소를 또 하는 거다 보니 자꾸 운동을 빼먹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지만 한 번 시작하기만 하면 끝을 맺을 수 있는 법! 일단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그리고 시간을 1분부터 25분까지 누적으로 세는 게 아니라 1분씩 끊어가며 생각해보았다.


40초, 50초, 55초, 1분!

(속도 바꾸고)

30초, 40초, 45초, 55초, 1분!

(속도 바꾸고)


이런 식으로 1분씩 세다 보니 25분이라는 시간도 꽤나 견딜만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한 게 하나가 있다. 운동뿐만 아니라 뭔가 무겁고 힘든 일이 내게 닥쳐온다면 그걸 아주아주 작은 단위로 분절해서 해보는 거다. 25분은 버겁게 느껴졌지만 1분 1분은 해낼 수 있었던 것처럼, 아주 작게 실천하고 극복하다 보면 인생의 큰 문제도 잘 해결할 힘이 우리에게는 분명히 있다. 나에게는 반드시 있다.


운동을 하면 마음이 건강해진다는데, 그거 진짜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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