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어 포르쉐다!”
아이와 함께 아파트 근처 상가에 갔는데 흰색 포르쉐를 만났다. 포르쉐는 나도 아이도 참 좋아하는 차여서 아이에게도 내가 보고 있는 걸 알려주려 했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어디? 어딘데?’ 하면서 차를 보려고 두리번거렸을 아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민이가 좋아하는 포르쉔데, 안 볼 거야?”
“포르쉐보다 멋있는 차가 있다고~”
아이는 딴 소리를 했다.
“그게 뭔데?”
“그건 이 경찰차지~”
아이는 오늘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 자동차를 내게 내밀었다. 하원할 때 가방에 뭔가 매달려있기에 잘 봤더니 경찰차 열쇠고리였다. 끼우는 블록을 조립해서 경찰차 모양을 제법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칭찬을 해 주었더니 으쓱했나 보다. 아이는 집에 오는 내내 경찰차 자랑을 했다.
“경찰차는 나쁜 도둑들을 잡아 줘.”
“경찰 아저씨가 잡는 거 아니야?”
쓸데없이 정확한 엄마.
“아니~~ 경찰차랑 경찰 아저씨가 같이 잡는 거지~~~”
아이가 살짝 투정을 부리듯 자기의 주장을 꺾지 않는다. 이럴 때는 엄마의 눈치가 빨라야 한다.
“아하! 그렇구나~ 정말 경찰차가 경찰 아저씨를 돕는 거구나. “
“그르니까 경찰차가 포르쉐보다 더 멋지지!”
아이의 ‘우김’을 듣고 있는데 점점 수긍이 갔다. 어른인 나는 차의 용도보다는 차의 생김새나 가격으로 차의 가치를 매기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그 차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를 생각하고 가치를 매겼다. 포르쉐 한 대로 경찰차 10대를 살 수 있더라도 아이의 눈에는 포르쉐 10대보다 경찰차 한 대가 더 값진 것이다.
내가 가진 물건들 중 유용하게 쓰고 있지만 브랜드가 뛰어나지 않아서, 볼품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두고 관리하지 않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쓰임새에 맞게 잘 쓰고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겠다. 귀하게 여겨야겠다. 아이의 눈으로 내 주위를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