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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11. 2023

지는 법을 아는 아이는 없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니야~~ 이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지!”


아이와 ‘함께’ 논다는 의미를 글자 그대로 체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의 게임을 만들고 부모인 우리를 초대하곤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애써서 룰을 설명하고, 이렇게 하면 이긴다는 둥, 이렇게 하면 죽는 거라는 둥 여러 가지 설명을 한다. 그런데 중간에 게임을 하다가 자기가 불리해지면 저렇게 말을 하면서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이 친구 지고 싶지 않은 거구나.”


자기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마주쳤을 때 인간은 두 가지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하나는 상황 자체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바꾸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은 떼를 쓰거나 울면서 부모나 어른들을 통해 상황을 바꾸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다가 점점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기 자신을 상황에 바꾸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길 것 같지 않으면 억지스러운 규칙을 만들어가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나갔다.


그 모습은 내 모습이기도 했다. 지고 싶지 않은 나였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내 뜻을 꺾지 않으려 상대방을 바꿔보려 애를 썼다. 세상은 나를 아이를 대하듯 관대하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의 경우 나는 졌다. 그럴 때 자괴감도 많이 느끼고 슬퍼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경험해 봐서 안다. 내 뜻대로 된다고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꼭 나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던 시시비비가 사실은 몇 달 후 기억도 나지 않을 일이며, 그렇기에 그렇게까지 열 올 릴 필요도 없다는 거다. 요즘은 그럴 수 있겠거니,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든다. 내 안의 어린아이는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보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이런 사람이다. 지면서도 이길 줄 아는 사람, 아니 함께 이기는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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