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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Jan 13. 2023

만두와 커피의 타임슬립 교환식

아이가 있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일

몇 달 전이었다. 매일 비슷한 놀이터에서 노는 게 지겨웠던 나와 아들 재민이는 다른 단지 놀이터에 견학을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3단지 놀이터에서 유리라는 아이를 만났다. 유리도 나처럼 엄마와 함께 나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고, 그 엄마가 활달한 성격이었던 덕분에 나와 아들, 그리고 유리와 유리엄마가 함께 술래잡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3단지 놀이터에 1단지에 사는 남자아이 영호가 아빠와 함께 놀러 왔고, 우리는 사이좋게 놀다가 1단지로 다 함께 견학을 가기로 했다.


1단지 놀이터에서 영호와 영호아빠, 유리와 유리엄마, 그리고 나와 내 아들 재민이가 노는 광경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색한 웃음을 머금은 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잘 놀아줌에 안도하며 함께 놀았다. 2시간쯤 지났을까, 남편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우리를 찾으러 1단지 놀이터로 온다고 했다. 남편이 도착하기 전, 영호와 영호 아빠는 학원 스케줄이 있다며 먼저 떠났다.


“잘 가~영호야~”


처음 본 영호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1단지 놀이터에 도착했다.


“엇! 저건!”


남편이 한 손에 만두를 들고 나타났다. 집에 다시 돌아가 먹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만두를 보는 유리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눈에 다 쓰여있었다. ‘나도 저 만두 먹고 싶다.’라고. 눈빛을 읽은 내가 유리에게 물어봤다.


“만두 같이 먹을까?”


“네!”


“만두 먹여도 괜찮죠?”


“어머~너무 감사하죠.”


유리 엄마에게도 혹시 몰라 물어보니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었다. 그래. 내가 상대방이라도 그랬을 거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이 마침 두 개 들어있어서 하나는 유리 엄마에게 건넸다. 엄마들이 만두를 작게 잘라서 아이들 입에 한 조각, 한 조각씩 넣어주었다. 유리와 재민이는 맛있게 먹고는 또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저번 주말의 일이다.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우연히 또 1단지 놀이터를 지나게 됐다. 재민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남편을 보내놓고 아이와 함께 1단지 놀이터로 향했다. 다행히 놀이터에는 작은 어린아이 하나가 놀고 있었다. 재민이와 나는 아이에게 말을 붙여 보기로 했다.


“재민아~ 인사해 봐! 같이 놀자고 한 번 해볼까?”


아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용기를 내어 같이 놀자고 제안을 했다.


“안녕~ 난 재민이야. 우리 같이 놀래?”


“응 난 민지야. 같이 놀자.”


민지라는 아이도 조금 심심했었는지 재민이와 신나게 놀았다. 민지의 엄마 아빠도 놀이터에 나와 있었다. 재민이는 교회에서 받은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민지와 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얼음땡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벤치 한쪽에 앉아있었는데, 잠깐 자리를 비웠던 민지 아버지가 내게 캔 커피를 하나 권했다.


“아아.. 감사합니다!”


민지 엄마도 재민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재민아~ 요구르트 먹을래?”


아이는 좋아하며 요구르트를 마셨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몇 개월 전 만두를 나누던 우리 부부 생각이 났다.


‘엇! 이건 타임슬립?!’


시간을 넘어선 맞교환이랄까? 아니면 마법같은 일이라고 해야할까? 아이가 있는 부모이다보니 남의 자식이 남의 자식같지가 않고, 저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아 보이는 것이다. 허식이나 마음에 없는 사양같은 건 없는 공감. 그런 공감에서 빚어진 타임슬립 교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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