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이담 Jan 18. 2023

그냥 어른이 아니고 아이가 함께하는 어른

아이가 허락해 준 것

하원을 한 뒤, 아이가 조그만 목소리로 캐롤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 뒤이어 따라 불렀다.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아이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나도 덩달아 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고 결국에는 골목이 살짝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캐롤을 부르는 모자가 되었다. 쪽팔린 줄도 몰랐다. 만약 어른 둘이 그랬다면 그림이 이상했을 거다. 어떤 사람들은 찡그리며 바라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이상 어느 정도 용서가 됐다. 아이와 함께 한다는 건 이런 용기를 내게끔 해준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놀다가 유치원에서 버섯과 관련된 학습 활동을 했는지 아이가 버섯에 대해 유튜브로 검색을 해보자고 했다. 기왕 보는 김에 괜찮은 콘텐츠를 틀어주면 좋겠다 싶어서 EBS에서 아이들 전용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채널을 찾게 되었고, 거기서 버섯에 대한 내용을 찾았다. 아이의 옆을 지킨다는 의도로 그 옆에 앉아서 같이 시청을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고 구성이 흥미로워서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버섯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어른이었다면 이 정도의 열심은 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있기에 이런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양해진다.


어른에게도 유치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보통은 그런 구석들을 숨기고 살아간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 이런 구석들을 굳이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이것이야 말로 혁명이다. 타임슬립이다. 이경규 아저씨의 인생극장이다. 아이와 함께 한다는 이유로 ‘다시’ 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어쩌면 아이와 함께하는 어른들이 누리는 특혜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가가 좀 비싸긴 하지만, 기왕 지불한 거 즐겨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3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