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 아내라는 이름
갑작스러운 윗 분의 결정으로 내가 하던 일이 중단되었다. 아마 팀도 곧 없어질 것 같다. 싱숭생숭한 주말을 보냈다.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참 이리저리 옮겨가며 안정감 없이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하는 일을 하지 못한 날들도 있었고, 해도 잘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어떨 땐 남에 의해, 어떨 때는 내 선택에 의해 조직을 바꾸고 서로 다른 일들을 바꾸어해 보았다. 꽤 여러 번 조직을 바꾸다 보니 잔뼈는 굵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회사 안에서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많이 사라졌다. 회사원인 이상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어떤 일도 다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러 번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일이 바뀌는 일은 영 적응하기가 어렵다.
주말을 가족과 보내며 이렇게 계속 부정적 생각에 갇혀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이름 중 안정감을 주는 이름을 찾아보았다.
“우리 딸”
“우리 엄마”
“내 아내”
이 이름들은 영원하다. 불러 줄 대상이 없어도 영속한다. 심지어 내가 사라진 후에도 변치 않는다. 많은 것들이 바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 이름이 내게 있음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