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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Mar 22. 2023

어른의 성급함

아이의 요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안 돼!”


아이에게 이 말을 많이 쓰게 된다.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어른이 세워놓은 규칙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할 때면 대개의 경우 아이를 먼저 제지하곤 한다.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다 보니 “안 돼”라고 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은 여느 때처럼 아이에게 “안 돼.”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른이 내 아이와 똑같이 말했더라도 안된다고 대답했을까?’


쉽게 긍정하지 못했다. 만약 어른이 그랬다면, 바로 부정하기는 어려웠으리라. 아이라는 이유로, 나보다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이유로, 어른이 아이보다 더 많이 안다는 착각(?)으로 아이의 의견보다 어른의 생각을 우선시해왔던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한 번 자각했다고 바로 이 말버릇이 고쳐지진 않았다.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이 깊게 박혔나 보다. 그렇지만 확실히 전보다는 조금 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자고 다짐하게 되었고, 몇 번은 아이의 말을 먼저 수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별 일이 없었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면 버릇이 나빠질 것이라는 나의 기우는 그저 기우일 뿐, 아이는 생각보다 약속을 잘 지키고 상식을 잘 아는 존재였다. 아이의 요구를 먼저 들어준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성급한 어른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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