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보듬을 수 있을 때
연말과 새해 초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내 머릿속에 꼭 검고 뿌연 안개가 있는 느낌이었다. 머릿속 상태가 이렇다 보니 생활도 조금 삐걱거렸다.
하루는 아이가 장난치다가 침대에서 넘어졌다. 머리에 작은 혹도 생기고 가슴 쪽이 많이 아프다고는 했는데 곧 진정되고 잠이 든 터라 내일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와 남편이 둘 다 출근하기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았고, 아이도 그리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겠거니 하고 하루, 이틀을 그냥 넘겼다.
그런데 다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이가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맞다. 병원에 가야지.’
퍼뜩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이 났다.
퇴근 후 유치원에서 아이를 찾아 심야까지 하는 정형외과에 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아이를 차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갑자기 아이가 가슴이 아프다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 아파해서 내 정신도 혼미해졌다. 우는 아이를 데리고 어찌어찌 병원을 찾아서 의사 선생님을 뵙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런데 뼈가 세 조각이 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많이 아팠을 거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반차 쓰기가 아깝고 눈치가 보여 병원에 바로 와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됐다. 그리고 이렇게 밤에라도 오면 됐었는데 그러지 못한 내 게으름도 한탄스러웠다. 이렇게 자책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아이가 보이는구나.’
내 마음 상태가 조금 나아지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다. 아이와 가족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은 내가 어느 정도 잘 서 있을 때에야만 낼 수 있는 마음이었다. 주변을 챙길 만 해졌다는 건 나 자신이 그만큼 건강하고 강하다는 증거였다.
‘나부터 더 건강해야겠다. 강해져야겠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겠다. 몸도 마음도 말이다. 조금 늦게 정해본 새해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