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새로 까는 사람
거 참, 시원~하다.
오랜만에 마음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고구마를 100개 먹은 듯 답답했다가 동치미 국물을 한 사발 들이마신 느낌이었다.
며칠 전,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데 유관부서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다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는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결론도 잘 나지 않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졌다. 그렇게 물음표와 말줄임표를 마음속으로 반복하고 있는데 한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
“결론적으로 저희는 이 일을 할 거고요. 지금 회의에서는 방법을 찾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갑자기 회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담당자는 일이 잘 안 된다고, 그렇게 하면 자기네 부서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와중이었는데 팀장이 결론을 냈다. 부서에서 책임지고 이 일을 완수하겠노라고.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야 저희도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죠.”
방어적이던 사람들이 태도를 바꿨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그 팀장의 발언으로 인해 모두들 자신의 태도를 돌아봤던 것일까. 여하튼 답이 없던 회의가 순식간에 답이 내려져 있고,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회의로 변했다.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