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을 바꾸어본다
외근을 하고 조금은 낯선 곳에서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였는데 신기하게 내가 탄 칸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했다.
‘2호선인데 신기하네.’
이 정도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구석 자리에 앉은 한 할머니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림 속에는 불특정다수에 대한 욕이 섞여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할머니 쪽을 쳐다봤고, 할머니는 결국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고야 말았다.
‘이크. 잘못 걸렸네.’
사실 처음은 아니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사람을 본 적, 다들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헤드폰을 끼고 큰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커다란 체구의 청년, 쉴 새 없이 뭔가를 되뇌는 사람, 상식적인 수준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여 통화를 하는 여자, 그리고 이 할머니까지 나는 참 많은 사람들을 봐 왔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면 애써 모른 척했다. 보여도 보지 않은 척, 들려도 들리지 않은 척을 했다. 자리를 슬쩍 피하고 빨리 내렸다. 솔직하게 말해 어떤 경우는 신고를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꾹 참았다. 몇 정거장 후면 곧 마주치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그날은 그 사람들의 가족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처럼 몇 정거장 지나면 보지 않을 사람들이 아니라 매일 이 사람들을 마주해야할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표정으로 살고 있을까. 아니다. 돌보아 줄 가족들은 있는 걸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내릴 정거장이 되었다. 다시 아무것도 듣지 않은 나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나로 서서히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