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이에 있는 죽음을 바라보면서
휴가를 받은 뒤 아이를 봐주시던 시어머님께도 휴가를 드리고 아이와 미뤄뒀던 집안일들을 열심히 쳐 나갔다. 영어학원을 마치고 친구와 노느라 신나서 잔뜩 흥분한 아이를 데리고 치과를 가는 길이었다. 아이는 계속 흥얼거리며 까불거렸다. 순간, 신호등 불이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었다. 아이는 쌩 하니 뛰어나갔다.
끼익!!!
눈 깜짝할 새였다. 아이를 보지 못하고 우회전을 하던 차량이 아이를 발견하고는 급정거를 했다. 몇 초만 늦었다면 아이는 차에 치일 뻔 했다. 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재민아!!"
놀란 마음에 아이에게만 꾸지람을 주었다. 아이는 놀랐는지 몇분 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내 곧 발랄해졌다. 이 날 나는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에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 한 켠 묵직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 우리는 그저 운이 좋았다.'
몇 주가 흐른 지금 무안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꼬리 칸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을 제외하고는 비행기에 타고 있던 모두가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과 전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가족들이 한순간에 그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허무하고 참담한 마음이다. 충분히 나와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겸허해진다. 살림살이에 대한 욕심도, 아이의 학업에 대한 염려도, 회사 안에서 내 위치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계획도 잠시 내려놓고 생각해본다. 나는 이 하루를 그저 운좋게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 욕심으로 내 계획으로 숨쉬고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상황에서 나는 안전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이불 밖으로 나온 아이의 손을 따뜻한 이불 속으로 밀어넣어주고, 부들거리는 내복을 만지작거리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