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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포비아에 반대함

돈을 돈처럼 여기며 살고 싶다

by 서이담

몇 달 전, 옆자리에서 근무하시던 회사 선배 한 분이 정년퇴직을 하셨다. 부모님 생각도 나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나도 저런 시기가 될 수 있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살뜰히 챙기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배님께서 자식을 결혼시키시면서 집 이사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집을 줄이고 자식에게 혼수를 해주셨구나.’ 하고 대강 짐작을 했었다. 선배님도 지나가는 말로 자식을 결혼시키는 데 돈이 많이 들었다는 말씀도 하시기도 했고. 이때부터였을까 내 마음속에 막연히 나의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나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 걸까. 지금처럼 준비하면 되는 걸까? 아니 지금 내가 뭘 하고는 있나?’


이런 마음이 문득문득 나를 덮쳤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읽으면서 참고를 해보려고 하는데, 보면 볼수록 저 사람은 내 나이보다 더 어린데도 혹은 나보다 더 빨리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마음에 자괴감까지 들었다. 괴로운 마음에 도망가버리고 싶다 혹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내 경제적 판단들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후회들, 불안으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날 문득 이 이야기가 내 귀에 들어왔다.


“정말 부족한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에서는,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는 충분하지 않다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쉴 새 없이 주입했다. 더 열심히 뛰라고, 지금 속도로는 턱도 없다고 나를 다그쳤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얼마까지 벌어야 충분해지는 것일까. 과연 충분이라는 것, 만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만족은 없다. 스스로 선을 긋지 않고서는 계속 비교하며 만족할 수 없다.‘


돈이 많아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관계나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살지 않고 싶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모은 돈을 소중히 여기며 불려 가되, 돈이라는 수단을 수단으로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을 아끼려다가 마음이 다칠 때가 있었다. 매번은 아닐지라도 경제적이지 않은 일이라도 내 마음이 원하는 일들을 기꺼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채워지는 일들도 경험했다. 경험을 근거 삼아 없으면 없는 대로 절약하며 사용하고, 쓸데없는 짐을 정리하듯 내게 굳이 필요 없는 돈은 꼭 필요한 곳에 나누고 검소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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