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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 들어가기 30분 전

두려움은 허상이다

by 서이담

남편이 몇 달 전 회사에서 온천 워터파크 이용권에 당첨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공짜로 보내주는 건 아니고, 회원가로 보내주는 것인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 1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었단다. 나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문자를 남겼다


“오 잘됐다.”


워터파크에 갈 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아이 컨디션이 좀 좋지 않다 싶었는데 열이 끓더니 독감에 걸렸단다. 시어머님께 아이를 부탁하고 편치 않은 맘으로 회사에 출근했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과 업무 분장 관련해서 의견이 맞지 않아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었다. 집 안팎에서 힘든 시간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워터파크에 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가 아직 나아가는 중인데 괜찮을까…’


우선 이런 생각을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남편이 무척 섭섭해하는 게 느껴졌다. 마음이 상하지는 말고 정 안되면 물에 들어가지 말자하고 짐을 쌌다. 짐을 싸서 숙소에 오면서도 회사 생각과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이 되었다. 아침을 먹고 결정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는데도 나는 계속 걱정을 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아이가 가기 싫어하는데 괜히 돈만 낭비하는 거 아닐까…’

‘나도 내 맨몸을 드러내기 싫은데…’

‘남편이 쓸 모자나 래시가드 같은 준비물도 깜빡했다는데…’

‘아이 발을 보호할 아쿠아슈즈는 꼭 사야 하는데, 워터파크 안에선 비싸다던데…’


안 갈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에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해 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안 가보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여행 와서 돈 아끼지 말고 우리 시간을 사자.”


마음을 먹었다. 일단 들어갔다가 아이 상태가 좋지 않으면 나오자 생각하고 표를 끊었다. 다행히 투숙객은 할인이 많이 되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온천 워터파크에 들어갈 수 있었고, 꼭 필요했던 남편 모자와 아이의 아쿠아슈즈는 할인받은 금액보다 더 적은 돈으로 구매를 했다. 남편이 래시가드를 챙겨 오지 못해서 허전한 윗도리를 보완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얼른 빌려 입었고, 방수팩은 사기가 아까워 그냥 비닐봉지에 수건이랑 핸드폰을 감 싸들고 워터파크를 누볐다.


“아까 가기 싫다고 말한 거 취소”


아이는 워터파크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추우니까 실내에서만 놀자고 생각했는데 실내 모든 풀장에 몸을 담그고 나니 밖에서도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아이를 수건에 말아 밖에 나가서도 신나게 즐겼다. 파도가 치는 풀이 제일 재미있었는지 아이는 4바퀴 정도를 돌고서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와 남편도 함박웃음이었다. 추웠는데도 사진은 꼭 남겨야겠다 싶어 중간중간 밖으로 나와 아이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재민아 이제 집에 가자.”

“싫어~~ 저기서 조금만 더 놀고 갈래”


이런 상황이 되자 워터파크에 가기 싫어 망설이고 겁냈던 마음이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단 걸 깨달았다. 일단 해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을, 하지 않고 생각만 하다 보니 두려움이 너무 커졌던 거다.


여행 내내 마음이 쓰였던 회사 일도 그랬다. 내가 해보지 않았던 일을 내가 담당하라는 동료의 말에 두려움이 생겼다. 서운함과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나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두려움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에 부딪혀보면 나는 그 상황을 오히려 즐길 수도 있는 거다. 그 상황에 닥쳤을 땐 생각보다 별 것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걸 시작하든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두려울 수밖엔 없지만 거기에 몰입하기보단 우선 잊고 지금에 집중해야겠다. 두려움 그것은 허상이므로, 그리고 생각보다 새로운 걸 하는 건 즐거우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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